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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이젠 여성들의 '공공재'다. 프리허그 소식에 명동 일대가 마비되고, 지나간 출연작 다시보기 열풍이 불었으며, 무심코 지나칠 만한 손버릇 하나까지 주목받는다. tvN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 유연석. 데뷔 10년 만에 경험하는 폭발적인 인기에도 들뜨지 않는 차분함이 언제나 한결 같던 칠봉이와 오롯이 겹친다. "어딜 가든 반갑게 맞아주셔서 기분이 너무나 좋아요. 특히 드라마의 모든 캐릭터가 사랑받아서 기쁩니다."
나정이에게 아파트마저 5000만원이나 싸게 전세로 내준 칠봉이의 모습에 SNS에서는 '호구'라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하니, 유연석은 '푸하하' 웃음과 함께 "메이저리거니까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겠냐"며 한사코 "괜찮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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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를 쓰지 않는 유일한 서울 남자.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서 가장 개성이 약한 캐릭터. 하지만 그 누구보다 유연석 자신과 닮아 있는 캐릭터가 칠봉이였다. "캐릭터에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가 뚜렷하지 않았고, 실제 저와 맞닿아 있다 보니, 연기하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뭔가를 더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을 많이 했죠. 후반부로 갈수록 캐릭터에 녹아들면서 점점 편안해지긴 했지만, 연기하는 것이 무척 어렵더라고요."
에이스 투수 칠봉이를 맞이하기 위한 유연석의 준비도 남달랐다. 'H2' 같은 야구 만화와 야구 드라마를 참조하며 분위기를 익혔고, 틈틈이 어깨 운동과 투구 연습을 했다. 칠봉이가 야구하는 장면에는 특히 혼신을 쏟았다. 유연석은 "야구장이 무척 멋있는 공간이라 느꼈다"고 했지만,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래서 유연석이 아닌 칠봉이는 상상할 수가 없다. '응답하라 1994' 또한 마찬가지. 그럼에도 '응답하라 1994'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어땠을까? 약간은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정작 저는 예전에 하던 대로 작품 활동을 했던 건데, 주변의 시선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94'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또 다른 작품에 임하고 있었겠죠. 탐구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 쉬지 않고 일하고 있었을 거예요."
칠봉이의 돌직구처럼 흔들림 없는 배우, 유연석의 다음 선발등판이 기대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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