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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사극열풍이 뜨겁다.
쟁쟁한 감독, 남·녀 톱스타에 자본까지 모두 사극으로 몰린다. 작품 자체가 많은데다 퀄리티도 높다. 사극은 비싼 장르다. 일반 영화보다 약 20% 쯤 제작비가 더 든다. 블록버스터 급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 100억원 이상 투입된 대작이 줄줄이다. 추운 겨울을 녹이는 사극 열풍.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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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전쟁신이 많은 블록버스터급 사극이 많다. 자연스레 톱스타들이 배치됐다. 현빈(역린), 강동원·하정우(군도: 민란의 시대), 최민식·류승룡(명량-회오리바다), 손예진·김남길(해적: 바다로 간 산적), 이병헌·전도연(협녀: 칼의 기억), 하지원(조선미녀삼총사). 명장들이 빠질 리 없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명량),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군도), '댄싱퀸' 이석훈 감독(해적),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박흥식 감독(협녀), 드라마 '다모'의 이재규 감독(역린) 등이 경쟁을 한다.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도 차기작으로 사극(두포졸)을 택했다.
현빈 조정석 정재영 정은채가 출연하는 '역린'은 정조의 암살을 둘러싸고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살아야만 하는 자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작품. 하정우 강동원 주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군도'는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향해 도적들이 펼치는 통쾌한 액션 활극이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최민식)의 명량대첩을 그렸다. 세계 해전사에 유례가 없는 대승, 단 12척의 배로 330여척의 왜군 함대를 무찌르는 스펙터클함이 화면을 가득 채울 예정. 이병헌 전도연 주연의 '협녀'는 민란이 끊이지 않던 고려 무신시대를 배경으로 '풍진삼협'이라 불리며 상주 민란을 주도한 세 명의 검객, 풍천 설랑 덕기가 펼치는 스펙터클한 검술을 그려낸다.
이 밖에 손예진 김남길 주연의 '해적', 하지원 강예원 가인 주연의 '조선미녀삼총사', 한석규 고수 주연의 '상의원' 등도 큰 기대를 모으는 블록버스터급 사극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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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젊은 층의 장르였다. 소위 데이트하면서 찾는 장소가 영화관이었다. 20~30대의 장악력. 물론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연령대는 위로 넓어지고 있다. 젊은 아저씨, 아줌마(이런 호칭으로 불리는 것 조차 싫어하는)가 많아졌다. 어릴 적 먹고 사는 당면 문제에서 벗어나 나름 문화에 관심이 많은 40~50대. 이들은 소비력도 있고, 문화 선택권도 있다. 어릴 적 배운 역사물, 자신이 아는 이야기에 픽션을 덧씌운 블록버스터 사극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 계층이 관심을 가지면 흥행은 떼논 당상이다. '응답하라' 시리즈 등 최근 TV를 강타한 '추억 마케팅'도 주 시청층인 40~50대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함으로써 성공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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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비 회수에 대한 자신감
앞서 언급했듯 사극은 비싼 장르다. 돈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아낌 없이 쏟아붓는다. 자신감의 근거?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이전까지 제작된 사극영화는 스토리 중심이었다. 그나마 제작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 하지만 올해 유행의 흐름은 대규모 블록버스터다. 액션신, 전쟁신이 빈번하다. 사극+블록버스터. 제작비가 가장 비싼 구조다. 감당할 수 있을까. 영화사들은 모두 자신감을 보인다. 블록버스터는 대형 화면이 중요하다. 스펙터클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극장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다른 방법으로 영화를 보는 20~30대의 이탈이 있지만 든든한 40~50대의 소비력이 있다. '광해'와 '관상'의 연속 히트의 흐름 속에서 사극에 대한 톱스타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도 큰 변화다. 촬영이야 훨씬 힘들지만 나중에 뿌듯한 관객수로 보상받을 수 있다. '천만 배우'를 노릴 수 있는 장르다. 톱스타가 모이니 국내외 마케팅도 순조롭다. 화끈하게 돈을 쓰고 화끈하게 회수하자는 계산법. 그 중심에 블록버스터 사극 유행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