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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의 엔터비즈]왜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 취미는 하나같이 등산-낚시일까?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4-01-07 08:26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수현이 글램핑룩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빈폴아웃도어

왜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은 취미가 하나같이 등산일까? 또 머리를 식히려면 왜 꼭 낚시를 할까?

인기 드라마에서 요즘 등산 낚시 등 아웃도어 관련 장면이 유독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돈이 움직이고 있는 것. 하루가 다르게 급성정하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드라마 설정이나 전개까지 바꿔놓고 있다.


김수현. 사진제공=빈폴아웃도어
김수현은 낚시를 하고, '상속자들'은 캠핑을 떠나고

드라마 속 주인공이나 출연 배우가 아웃도어 관련 숍을 운영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의류회사가 무대인 경우에도,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거나 프레젠테이션 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MBC 아침드라마 '내손을 잡아'에선 주인공들이 운영하는 패션회사에서 최근 심지어 아웃도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은 고민도 산에서 하고, 데이트도 아웃도어를 입고 한다. 최근 막을 내린 SBS '상속자들'에선 제국고 아이들이 단체 캠핑을 했다. 극중 최원영이 강민혁과 가족나들이를 하는 곳이 낚시터고, SBS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도 낚시터에서 복잡한 마음을 다스린다.

지난해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처럼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해당 브랜드가 여러차례 노출되는 경우도 많은데, 극중 윤상현의 취미가 하필(?) 등산이었다. 이종석이 윤상현을 위해 등산화를 고르고 선물하는 장면이 길게 이어지면서, 해당 브랜드 로고가 자연스럽게 클로즈업됐다.


현빈. 사진제공=K2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에 나선 아웃도어 시장, PPL로 파이 키운다

지난해 아웃도어 시장은 2012년의 5조 8000억 대비 11% 성장률을 기록, 6조4000억 원대의 규모를 형성했다. 불황 속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아웃도어 업계 빅3인 영원아웃도어(노스페이스)·케이투코리아(K2)·블랙야크(블랙야크&마모트) 등은 지난해 각각 매출 6000억 후반~7000억원 대를 무난히 돌파했다. 올해는 매출 기준 1조원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다보니, 광고 모델들도 화려해지고 있다. 과거 톱스타의 광고 격전지로는 가전 뷰티 패션 아파트 업종을 꼽곤 했는데, 확실히 요 몇년 사이 아웃도어 쪽이 급부상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아파트 광고에서 사라진 톱스타들이 아웃도어 시장으로 몰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인성 현빈 김수현 공효진 전지현 이서진 등 난다긴다하는 톱스타들이 모두 아웃도어 브랜드와 모델계약을 했다.

더욱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모델 계약뿐 아니라 드라마 협찬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맹점 위주로 운영되는 아웃도어 시장 성격상 서울 뿐 아니라 전국적인 인지도가 사업 확대에 있어 상당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PPL(Product PLacement)은 드라마 효과를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지방 가맹점주들에게 즉각적이고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아웃도어의 연령대와 용도를 확대하는 일도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아웃도어 업계는 최근 등산에서 아동용, 패션 감각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제품, 스키복 등까지 내놓으면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반 아웃도어룩, 글램핑룩에서 글램피싱룩까지 다양한 단어들을 동원해 제품 콘셉트를 어필하고 있는데, 이 지름길이 바로 드라마 협찬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빈폴 아웃도어가 내세운 글램피싱룩은, 고급스러운 캠핑을 뜻하는 글램핑과 낚시가 결합된 형태의 글램피싱 때 입는 옷이란 뜻이다. 웬만해선 한번에 그 개념이 들어오기 힘들 수도 있는데, 김수현 덕에 바로 홍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형식이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마모트로 캠핑룩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인피알
'먹튀 스타'부터 옥에 티까지, 과열 경쟁이 낳은 비하인드 스토리

워낙 시장의 뜨겁다보니, 상당히 민감한 일도 종종 벌어진다. 드라마나 프로그램 자체 협찬이 성사됐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지도 않는다. 배우에게 입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A브랜드는 한류 톱스타인 주인공을 보고 드라마 제작사에 거액 협찬을 했는데, 정작 해당 스타에겐 옷 한벌 제대로 입히지를 못했다. 다른 경쟁 브랜드와 계약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진 전체에 올시즌 핫아이템을 입히는데 성공한 B 브랜드 관계자. 관련 보도자료를 뿌린 뒤 C 배우의 소속사에서 거센 항의를 받았다. 홍보자료에서 'C 배우 패딩'이란 말을 빼달라는 것이었다. 언제 아웃도어 모델이 될 지 모르는데, 이렇게 특정 브랜드와 엮이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한편 인기 드라마의 경우 '옥의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일 수록 협찬 제의가 쇄도하기 때문이다.

'상속자들'의 예를 들어보면, 8회에서 리더십 캠프를 호텔에서 하기로 했던 아이들이 9회에 갑자기 캠핑장에 등장한다. 텐트를 치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클로즈업하면서 협찬 브랜드를 친절히 보여줬다. 이거야 말로 '막강 협찬 파워'를 입증해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조인성이 블랙야크 TV CF에서 도시남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사진제공=블랙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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