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는 이유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된 '마이 라띠마'는 그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제 측은 배수빈과 소유진 등이 출연하는 영화에 대해 "감독 유지태의 세상을 향한 문제의식이 눈길을 끄는 문제적 장편 데뷔작"이라고 평했다. 30대 초반의 남자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국제결혼한 20대 초반 태국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을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윤은혜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자신이 연출한 작품을 선보인다. 단편연출작인 '뜨개질'이다. 영화제 측은 와이드앵글 한국단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작품에 대해 "이별의 징후를 보이는 수많은 행동과 소품 속에서 단순히 이별에만 머물지 않고, 기억의 물화를 통해 감정을 촘촘하게 쌓아가는 연출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평소 활달하고 밝은 이미지로만 대중들에게 알려졌던 윤은혜가 어떤 연출 실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처럼 배우들이 새로운 영역인 영화 연출에 도전하는 이유가 뭘까?
한 영화 관계자는 "순수한 창작 열정"을 그 이유로 꼽았다. "유지태, 구혜선 등이 연출하는 영화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저예산 영화나 단편 영화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실제로 윤은혜는 올해 3월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과에 입학해 영화제작을 공부할 만큼 영화 연출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뜨개질'은 수업 중 과제물로 제출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오로라 공주'를 연출했던 배우 겸 감독 방은진은 단편영화의 조연출로서 감독 수업을 받을 정도로 감독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배우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를 좋아해서 일을 시작한 사람에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고 누구나 꿈꾸는 일"이라며 "물론 감독과 배우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처음 감독에 도전한 배우들은 애를 먹을 수밖에 없지만, 길게 봤을 때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해외에선 클린트 이스트우드, 토미 리 존스, 벤 애플렉 등이 직접 영화를 연출해 주목을 받았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