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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컴백, 밑그림은 다 그려졌다…하지만 우려가 더 큰 이유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10-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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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의 방송 복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세금 과소 납부 문제로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활동을 전면 중단한지 1년여 만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17일에는 SM C&C와의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복귀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거대 기획사에 몸 담은 강호동은 하나씩 '제자리 찾기'를 하고 있다. 그의 복귀가 물의를 빚어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여타 연예인들의 경우와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읽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돌아온 강호동이 반가우면서도 한 편으로 우려를 지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킹'-'무릎팍도사', 올바른 선택일까?

강호동의 복귀 플랜은 순차적이면서도 동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SBS '스타킹'으로 11월 10일 복귀하고 연말에 MBC '무릎팍도사'로 돌아가 프로그램을 부활시킬 계획이다. KBS에서는 '안녕하세요'를 연출한 이예지 PD와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한 관계자는 "강호동이 SBS, MBC, KBS 순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며 "강호동이 은퇴 선언 전에도 3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두루 맡았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차는 있겠지만 형평성 측면에서라도 거의 동시적인 복귀가 이뤄지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로 폐지됐던 '무릎팍도사'는 물론이고 '스타킹'도 강호동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강호동의 애착도 남다르다. 강호동에게 이들 프로그램으로의 복귀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남기는 게 사실이다. 편성표를 1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일 뿐 1년간의 변화를 전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다 도리어 진부함에 발목이 잡힌다면, 강호동에게 자칫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자숙 후의 새 출발이란 점에서도,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호동답지 않게 안전지향적인 선택이란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게다가 '스타킹'에서 하차하는 박미선처럼 강호동으로 인해 누군가는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변화된 웃음 코드, 극복 가능할까?

과거 강호동은 '1박2일' 시즌 1, '무릎팍도사', '스타킹' 등의 프로그램에서 다른 출연진과 보조 MC들을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리더형'의 진행 스타일을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강호동을 중심으로 서열이 매겨졌고, 강호동의 권위가 전복되는 지점에서 웃음이 발생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작동했다. 하지만 강호동이 활약하던 1년 전에 비해 지금의 예능 코드는 많이 달라졌다. 리더형보다는 수평적 진행 스타일이 각광받고 있는 분위기다. SBS '힐링캠프'에는 이경규가 있지만 한혜진과 김제동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지는 않다. '안녕하세요'의 MC인 신동엽, 이영자, 컬투 사이에는 메인과 보조라는 경계 자체가 없다. KBS2 '승승장구'에선 김승우와 이수근, 탁재훈이 각자의 캐릭터를 가지고 조화를 이룬다. KBS2 '1박2일' 시즌 2에서도 큰 형님 김승우부터 막내 주원까지 모든 멤버들이 수평적인 관계로 맺어져 있다.

이같은 변화가 시청자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은 강호동에게 또다른 숙제를 안긴다. '무릎팍도사'가 없는 사이 '힐링캠프'는 1인 게스트 토크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스타킹'처럼 일반인 참여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는 월요일 심야 토크쇼의 1인자가 됐으며, 한때 주춤했던 '1박2일' 시즌2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강호동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영역에서 또다른 대안과 변화의 가능성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강호동의 웃음 코드가 변화된 환경에도 전처럼 통할 거라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SM의 울타리, 짐일까? 날개일까?


돌아온 강호동은 무게감부터 달라졌다. 공백기 이전에도 공룡급 MC였지만, SM C&C라는 거대 기획사를 등에 업은 강호동은 이전보다 체급이 더 커졌다. 이제 명실상부 방송가 파워맨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다. SM과 강호동의 만남은 재계 1, 2위 재벌들의 합병에 비유될 정도로 파급력을 갖는다. 강호동은 방송 복귀 의사를 밝히며 "SM C&C와의 전속계약 체결로 SM의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MC 본연의 일에 집중,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국민들에게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SM이 강호동의 매니지먼트에만 집중할 거라 보는 관계자는 거의 없다.

SM C&C는 기존의 여행사업과 함께 영상 콘텐츠와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강호동을 영입한 후 SM C&C 김영민 대표는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토대가 만들어진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SM C&C가 제작하고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을 주인공으로 출연시킨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처럼, 강호동을 MC로 내세워 직접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실제로 SM C&C는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강호동의 위치가 애매해진다. 강호동의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할 SM 소속 가수와 배우들에게 '끼워팔기'나 '띄워주기'라는 식의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다닐 가능성이 농후할뿐더러, 강호동이 기획사 소속 연예인으로서 감당해야 할 역할이 그의 활동에 제약이 될 수도 있다. SM C&C가 제작한 강호동의 프로그램이 편성될 경우, 방송사에 대한 거대 기획사의 횡포로 비춰지리란 것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간 '야생'을 자처하며 게스트가 누구이든 성역 없는 진행을 펼쳤던 강호동이 자신의 순수성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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