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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광해군 8년, 당쟁은 극심하고 몇몇 대신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왕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이에 시달리던 왕 광해(이병헌)는 점점 예민해져만 가고, 도처에 깔린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도승지 허균(류승룡)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대역을 찾아 올 것을 명한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왕과 똑같이 생긴데다 목소리도 똑같이 따라 할 줄 아는 만담꾼 하선(이병헌)을 발견해 데리고 간다. 광해가 하선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 자신이 지정한 날에 자신을 대신해 궁에 머무르는 것. 배 고픈 천민이었던 하선은 맛있는 야식도 먹고 거기다 돈 까지 받는 일이니, 거기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역할 수도 없었기에 별 다른 고민 없이 그 제안을 수락하고 그렇게 왕이 된다.
왕 광해는 조선과 조선 백성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안위만 걱정하게 된 인물이다. 원래 그는 전쟁 속에서도 백성들을 향해 따뜻한 마음을 내보이는 걸 감추지 않았던 젊고 어진 군주였지만, 그를 반대하는 정적들을 그를 사방팔방으로 위협하기 시작했고, 광해는 그들의 괴롭힘에 시달리고 지쳐서 점점 귀와 마음을 닫게 되었다. 반면, 하선은 왕으로서의 타고난 체통과 위엄은 없더라도 자신의 백성들을 향한 측은지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이다. 열다섯 어린 소녀가 당한 불의에 같이 눈물 흘릴 줄 알고, 자신이 뱉은 약속은 최선을 다해 지키려고 하며, 자신의 안위보다는 내 사람들과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을 소중히 지키길 염원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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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특히 이병헌씨는 정말 압도적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그 장악력과 아우라에 행복한 131분이었다. -이병헌씨 목소리 때문에 이 영화를 한번쯤은 그냥 듣고만 싶어지기도(..)- 역시 어떤 장르 속에서나 반짝반짝 살아 남을 수 있는, 영민하고 뛰어난 배우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하신 듯. 묵직한 무게감을 선보이신 류승룡씨는 역시나 기대했던 것대로 좋고, 코믹한 이미지로만 기억되던 김인권씨의 진중한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리고 러블리한 심은경양은 다시금 그녀의 20대를 기대하고 싶게 만들었다.
어쩌면 <광해>가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 베스트 작품이 될 듯. 올해 우리 영화들을 그리 많이 챙겨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본 영화들이 확 와 닿을 정도로 좋았던 적은 없었는데 <광해>는 진심, 정말, 매우 좋았다. 재 관람 의욕은 물론 DVD 구매 의욕도 당연히 상승. 간만에 좋은 시나리오, 연출, 연기, 세 박자가 완벽하게 딱 합을 맞추는 영화가 나온 것 같다. 대중들을 타겟으로 한 상업영화의 올바른 사례랄까 :)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 (http://jolacandy.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