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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왕따로 지내던 주인공 존에게 부모님이 성탄 선물로 곰돌이 인형을 사준다. 존은 이 곰돌이 인형이 너무도 맘에 들었고, 친구가 없는 존에게 곰돌이 인형은 유일한 말동무였다. 어느 날 존은 이 곰돌이 인형이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었고, 존의 소원대로 곰돌이 인형은 말문이 트이게 된다.
직장 상사가 매일 추근덕거려도 로리의 마음 속에 늘 존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좀처럼 철이 들줄 모르는 존이 정신차리고 사회생활에 매진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로리에게 테드는 눈엣 가시같은 존재이다.
말하는 봉제인형 곰 테드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기에 딱 적합하게 선량한(?) 인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발산하는 대부분의 대사는 퇴폐적이고 발칙하기 그지 없다. 슈퍼마켓에서 알바를 시작했는데, 그 곳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을 꼬시기 위해 테드가 벌이는 엽기적인 원맨쇼는 노골의 극치를 보여준다.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 대사 등이 천연덕스럽게 난무하는 이 영화의 최대의 하이라이트는 테드의 집에서 벌이는 파티 장면이다. 여친 로리의 회사 상사가 주최한 파티에 동행한 존은 처음에 테드의 초대를 거절하다가 자신이 그토록 흠모하던 TV 시리즈 '플래시 고든'의 주인공이 파티에 참석했다는 얘기를 듣고 쏜살같이 테드의 집으로 달려간다.
그 곳에서 마약을 함께 흡입한 존, 테드, 플래시 고든의 주인공은 광란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이웃집에 사는 중국인과 시비가 붙어 파티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의 도가니로 변한다. 결국 로리는 존에 대한 실망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별을 통보한다. 존은 로리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지만 로리는 이를 외면한다. 결국 존은 테드를 원망하게 되고, 27년간 쌓아온 우정에 위기가 닥치게 된다.
1998년 패럴리 형제가 선을 보인 히트작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설정과 노골적인 성에 대한 묘사가 폭소를 자아냈는데, '19곰 테드'는 모든 엽기적인 코드에서 지존을 자처한 영화이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봉제인형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각종 음담패설이 역설적으로 더 큰 웃음을 안겨다준다.
모처럼 오랫만에 아무 생각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B급 영화가 등장하였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6월말에 개봉하여 R등급(미성년자 관람불가)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2억 1,800만여불을 벌어 들였다. 제작비 5,000만불의 4배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전 세계 흥행수익을 합치면 4억 3,000여만불에 해당하는 금액을 벌어 들였다. ROI (투자대비 수익)가 상당히 뛰어난 영화라 할 수 있다.
갱, 감독과 테드의 목소리 역할을 맡은 만능 엔터테이너 세스 맥팔레인의 번뜩이는 기지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이 영화도 여러 장면에서 복고코드가 차용되는데, 주인공 존의 전화 벨소리로 등장하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의 테마 음악, TV 시리즈 '전격 Z작전'의 테마음악 등은 흐뭇한 웃음을 안겨준다. 그리고 국내에는 선을 보이지 않았지만 TV 시리즈 '플래시 고든'은 주인공 존과 테드에게 우상같은 매개체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도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복고바람을 몰고 온 것처럼 미국에서도 복고코드가 유행인 듯 싶다.
복고와 성에 대한 농담을 주무기로 삼은 영화 '오스틴 파워' 이후 색다른 음담패설 B급 무비로 등장한 '19곰 테드'는 이번 추석에 개봉한 영화들 중 웃음코드로만 치자면 가장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