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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남자 송중기-문채원, 키스가 격렬했던 이유

김준석 기자

기사입력 2012-09-27 14:09 | 최종수정 2012-09-27 16:50



모든 것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미니시리즈 형식의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1회가 있으면 마지막회가 있다. 뿐만 아니라, 각 회마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그리고 시작과 끝을 알아야 중간에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26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5회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착한남자' 5회가 도대체 무슨 내용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는지 알기 위해선, 시작과 끝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착한남자 5회는, 한재희(박시연)를 떠올린 강마루(송중기)의 회상에서 시작했다. 화가 난 재희는 마루에게 말했다. "(서은기(문채원)를 만나는 이유가 뭐야?) 내가 너 배신했다고 유치하게 복수하는 거야? 나한테 복수해서 니가 없는 게 뭔데? 차라리 실속을 챙겨, 돈을 달라고 그래! 어차피 너... 돈때문에 몸도 파는 놈이잖아." 그렇다. 착한남자 5회가 방송되는 동안 시청자에게 보여줄 내용은, 바로 재희가 던진 독설에 가까운 질문에 대한 마루의 답변이 된다.

그리고 착한남자 5회의 마지막에, 강마루와 서은기가 진한 키스를 하면서, 재희의 질문에 대한 마루의 답변이 완성됐다. 마루가 은기를 만나는 건, 재희에게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과거에 재희와 행복했던 시절에 나(강마루)를 찾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마루는 은기의 입술을 갈망하듯 폭풍키스를 작렬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마루는 은기에게서 과거의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예전의 나를.

마루가 은기에게 폭풍키스를 작렬하기 전에, 착한남자 5회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반추해 보자. 한재희는 태산그룹의 일본 아오모리 리조트 매각하려 하고, 서은기는 이를 막으려 한다. 이것은 단순한 인수합병이 아니다. 적어도 재희와 은기에겐 말이다. 남편 서회장(김영철)의 신임을 얻은 재희는 은기에게 심적으로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리조트 매각을 추진한다. '아오모리 리조트=서은기'이기 때문이다.

아오모리 리조트는 은기 친엄마(김서라)의 손길이 숨쉬는, 은기에겐 엄마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그래서 은기는 리조트를 매각하려는 계모 재희에게 분노하고 이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재희는 아오모리 리조트내 온천에서 여유롭게 몸을 담구며, 태산그룹의 안주인이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재희가 등을 보인 노출속에 안민영(김태훈)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리조트매각 건을 반드시 성공시켜 이번 기회에 은기를 확실히 주저앉혀야 함을 강조한다.

리조트매각이 사실상 결정됐을 때, 은기를 도와준 차칸남자가 있었으니 강마루였다. 강마루의 의술이 아닌 명석함이 리조트 매각 계약을 파기하게 만들었고, 서은기도 서은기의 분신도 살려냈다. 반면 한재희는 당황하고 분노했다.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었던 은기가 기사회생했다. 다된 밥에 재를 뿌린 마루의 복수가 시작된 것일까. 한재희는 강마루에게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재희는 마루를 불러냈다. 재희는 마루앞에서 착한남자를 모질고 차갑게 만들었다면서 자책도 했고, 함께 배를 타고 세상끝까지 가보자는 추억팔이도 했다. 그러나 시계를 보며 10분이란 시간을 재는 마루는 여전히 차갑다. 결국 재희는 마루가 말한 밑바닥이 어딘지 알고 싶다며, 은기에게 가지 말란 말과 함께 다리밑 물속으로 뛰어든다. 놀란 마루는 물에 빠진 재희를 건져내 인공호흡을 하고 살려냈다.

하지만 재희를 향한 마루의 마음은 오히려 더 차가워졌다. 물속에 뛰어들었던 재희의 돌발행동은 이제 마루에겐 일종의 쇼로밖에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희가 눈물로 용서를 구하고, 목숨을 건 돌발행동을 해도 진정성을 느낄 수 없다. 목적을 위해서면 뭐든 할 수 있는 가식적이고 독하고 무서운 여자로 비칠 뿐이다. 그렇게 강마루의 눈에 예전의 한재희는 없었다.


마루는 재희에게 복수를 원한 것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녀를 통해, 예전이 자신을 발견하고 싶었다. 자신의 사랑이, 희생이 헛된 것이 아님을. 그런데 마루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 한재희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의지가 되어주던 과거의 강마루는 없다. 더 이상 재희를 믿지 못하고 증오하는 현재의 자신이 싫다. 너에게 다시 돌아갈테니 기다려달라는 재희의 말에 고맙긴커녕, 원망스럽고 수치스럽다. 마루는 그렇게 때가 묻고 변해버렸다. 마루도 이제는 자신이 혼란스럽고 제어가 안 된다.

그런 강마루의 앞에 서은기가 있었다. 약속장소에 늦게 나타난 마루는 은기에게 말했다. 아직까지 여기서 기다리면 어떡하냐고, 내가 안 왔으면 어쩔 뻔 했냐고. 은기는 대답했다. "그럼 계속 더 기다릴 생각이었어요. 기다리면 분명히 올 사람이니까." 무작정 자신을 믿고 기다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가 마루의 눈앞에 서 있었다.


재희에게서 찾고 싶었던 예전의 기억을, 나를, 마루는 재희가 아닌 은기에서 찾았던 것이다. 미치도록 찾고 싶었던 과거의 자신을 은기에서 발견한 마루는 은기에게 폭풍키스를 했다. 그렇게 마루는 자신이 원했던 걸 찾았다. 하지만 지금의 마루는 과거의 착한 마루가 아니다. 이미 한재희를 통해 '나쁜' 물이 들고 말았다. 그래서 더 은기의 입술을 탐하는 격렬한 키스를 퍼부었는지도 모른다. 마루 본인의 욕심에. 어떻게든 예전의 자신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이것은 마루가 재희의 의도에 이끌려 해야 했던 인공호흡과도 절묘한 대비를 이룬다.

사람들은 가끔 생각한다.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예전의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드라마 착한남자 오프닝을 보면, 강마루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다. 그런데 마루는 그 시계를 놓아버린다. 그것은 곧 시간을 돌릴 수 있다해도,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내가 되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대신 드라마 착한남자는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재발견한다.

강마루는 지난 4회에서 서은기를 연못에 던졌다. 그리고 은기는 마루화 되고 있었다. 반면 5회에서는 재희가 마루가 말하는 밑바닥을 보겠다면서 다리밑에 물속으로 떨어졌고, 마루는 재희를 구하기 위해 같은 물에 빠졌다. 재희의 밑바닥으로 가는 상처 투성의 과정에, 자의든 타의든 불행하게도 마루가 물들었고 동행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더 이상 예전의 착한남자가 아닌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변해버린 강마루의 모습에서 재희는 지금의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사랑하게 된 남자 마루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어줄 착한 여자 서은기에게서, 마루가 예전의 자신을 발견하듯이. 그렇게 시작은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가지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 어긋날 수밖에 없는 삼각관계의 끝을 향해, 드라마 착한남자의 시계는 뒤가 아닌 앞을 향해 움직인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때(http://manimo.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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