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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엔딩" 호평…'골든타임'은 왜 시즌2 요청을 받나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9-27 13:28


사진캡처=MBC

해운대 세중병원에서 헬기가 이륙했다. 최인혁(이성민)과 이민우(이선균)는 직접 환자를 이송해 귀한 목숨을 살렸다. 그렇게도 갈망해 왔던 외상센터는 옹색하나마 영안실 위층에 꾸려지게 됐고, 결혼을 포기한 신은아(송선미)는 최인혁 곁에 남았다. 하지만 '골든타임(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최소시간)'을 지켜준 헬기는 응급구조용이 아닌 소방용이었고, 국가가 지원하는 외상센터 유치는 실패했으며, 외상팀에 할당된 레지던트 인력은 여전히 0명이다.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을 살리려는 의사들의 고군분투만이 유일한 희망일 뿐.

MBC '골든타임'은 이렇게 마지막까지 현실에 천착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메다 구급차 안에서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어렵사리 병원에 도착해도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만한 인력도 장비도 없어 생명을 놓치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시켰다. 언제 올지 모르는 외상환자를 위해 수술실을 마냥 비워둘 수만은 없는 병원의 입장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모든 원인을 파고들면 그 끝엔 결국 돈과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천사배달부 박원국은 사고 직후 최인혁을 만나 응급처치를 받고, 언론의 관심 덕분에 병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목숨을 건졌지만, 실제 모델이 됐던 고 김우수씨는 병원 2곳을 거치는 동안 상태가 나빠져 수술도 받아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둘의 차이는 최인혁 같은 의사가 존재했느냐 여부가 아니라 '시스템이 어떻게 뒷받침했느냐'에서 발생한다.

'골든타임'의 미덕은 기존 의학드라마가 극적인 반전과 기적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그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을 드라마의 스토리텔링 속에 녹여내면서 공감을 획득했다는 데 있다. 천사배달부 박원국을 살린 건 의학적 판단과 치료였지, 보이지 않는 기적의 힘이 아니었다.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공공의료 문제를 노련하게 건드린 '골든타임'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사회성을 띠게 됐고, 에피소드들은 의사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확장됐다. 풋내기 인턴 의사들의 성장도 불합리한 시스템을 극복하려는 노력 속에서 이뤄졌다. '골든타임'이 의학드라마를 진일보시켰다고 평가받는 것은, 기존 의학드라마가 병원이라는 드라마틱한 소재에만 머무른 데 반해 그 이면의 어두운 현실을 조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추악한 권력을 폭로한 SBS '추적자'와 '유령' 같은 사회고발성 드라마의 인기와도 궤를 같이한다.

그러면서도 '골든타임'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회의 엔딩 장면이 그랬다. 엔딩 크레딧까지 다 지나간 후에 나온 에필로그에선 그동안 해운대 세중병원을 거쳐간 환자들의 삶을 보여줬다. 다리를 절단한 박원국은 다시 배달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고, 유괴범은 감옥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했다. 어느새 건강해진 꼬마 오현이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산탄총 커플은 죗값을 치르고 출소했으며, 이민우가 수술한 산모와 아기도 웃음을 되찾았다. 첫 회에 이민우의 미숙함 때문에 목숨을 잃은 소녀의 부모도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골든타임'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를 위한 재료나 소품처럼 다루지 않고, 그들에게도 삶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웠다. 그리고 환자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곱씹게 했다. 그래서 이 에필로그 장면은 '골든타임'의 23부 중 가장 비현실적이면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외과 레지던트 면접에서 떨어진 이민우는 서울에 가서 큰 경험을 쌓으라는 스승 최인혁의 조언을 듣고 "4년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서울로 떠났다. 이사장 자리에서 인턴으로 돌아온 강재인(황정음)도 서울행을 결심했고, 또 다른 '인턴 나부랭이'들은 해운대 세중병원에 남았다. 어디에 있든 그들의 삶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잔잔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 마무리를 통해 시즌2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골든타임'의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이민우의 4년 후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레지던트로 고군분투할 이민우와 강재인의 모습을 보여줘도 좋고, 다시 새로운 인턴을 맞이해 손발을 맞춰나갈 최인혁과 신은아를 보여줘도 좋다. 어차피 4년 후에 네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골든타임'의 여운은 아마도 이들이 재회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시청자들의 삶도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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