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대 세중병원에서 헬기가 이륙했다. 최인혁(이성민)과 이민우(이선균)는 직접 환자를 이송해 귀한 목숨을 살렸다. 그렇게도 갈망해 왔던 외상센터는 옹색하나마 영안실 위층에 꾸려지게 됐고, 결혼을 포기한 신은아(송선미)는 최인혁 곁에 남았다. 하지만 '골든타임(환자의 생사를 결정짓는 최소시간)'을 지켜준 헬기는 응급구조용이 아닌 소방용이었고, 국가가 지원하는 외상센터 유치는 실패했으며, 외상팀에 할당된 레지던트 인력은 여전히 0명이다. 실질적으로 바뀐 것은 없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명을 살리려는 의사들의 고군분투만이 유일한 희망일 뿐.
그러면서도 '골든타임'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회의 엔딩 장면이 그랬다. 엔딩 크레딧까지 다 지나간 후에 나온 에필로그에선 그동안 해운대 세중병원을 거쳐간 환자들의 삶을 보여줬다. 다리를 절단한 박원국은 다시 배달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고, 유괴범은 감옥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했다. 어느새 건강해진 꼬마 오현이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산탄총 커플은 죗값을 치르고 출소했으며, 이민우가 수술한 산모와 아기도 웃음을 되찾았다. 첫 회에 이민우의 미숙함 때문에 목숨을 잃은 소녀의 부모도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골든타임'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를 위한 재료나 소품처럼 다루지 않고, 그들에게도 삶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일깨웠다. 그리고 환자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곱씹게 했다. 그래서 이 에필로그 장면은 '골든타임'의 23부 중 가장 비현실적이면서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외과 레지던트 면접에서 떨어진 이민우는 서울에 가서 큰 경험을 쌓으라는 스승 최인혁의 조언을 듣고 "4년 후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서울로 떠났다. 이사장 자리에서 인턴으로 돌아온 강재인(황정음)도 서울행을 결심했고, 또 다른 '인턴 나부랭이'들은 해운대 세중병원에 남았다. 어디에 있든 그들의 삶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잔잔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 마무리를 통해 시즌2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골든타임'의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이민우의 4년 후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에서 레지던트로 고군분투할 이민우와 강재인의 모습을 보여줘도 좋고, 다시 새로운 인턴을 맞이해 손발을 맞춰나갈 최인혁과 신은아를 보여줘도 좋다. 어차피 4년 후에 네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 '골든타임'의 여운은 아마도 이들이 재회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 계속될지도 모르겠다. 시청자들의 삶도 계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