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즌2의 상승세가 무섭다. 승부욕이 불타면서 꽤나 '까칠'해진 김승우가 맏형이자 리더로서 제 몫을 하기 시작했고, 1박2일 원년멤버 이수근이 전반적인 흐름이나 분위기를 매끄럽게 인도한다. 리액션이 가장 좋은 차태현은 여전히 블루칩이고, 나노개그 달인 엄태웅이 잇따른 반전의 행동으로 재미를 선사하며 허리도 튼튼해졌다. 여기에 '식탐대왕' 성시경, '말못해' 김종민, '애교' 막내 주원이 확실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뒤를 받쳐준다. '소심'한 새피디 최재형PD까지 제작진을 대표해 캐릭터가 구축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잘하는 팀은 승리로 배를 채웠지만, 시청자의 배를 잡게 만드는 웃음의 대박은 못하는 팀에서 속출했다. 못하는 팀은 멤버의 조합부터가 최악이었다. 미션 승리와 거리가 먼 김승우, 게임의 구멍 엄태웅, 불운의 아이콘 차태현이 뭉쳤으니, 상대적으로 승부욕이 강하고 게임에 능숙한 성시경-주원이 버티는 잘 하는 팀에게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못하는 팀이 2:3에서 2의 스코어를 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전한 셈이다.
그러나 김승우-엄태웅-차태현이란 최악의 조합은 승부에선 비록 졌으나, 웃음을 뽑는데 있어선 최상의 조합이었다. 특히 최악의 조합이 게임에서조차 최악의 조합을 만들어낼 때, 재미의 시너지효과는 대박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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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꽂기 위한 쌍벽당 미션은 복불복 단체줄넘기였다. 멤버들은 주사위를 던져 해당하는 신체부위를 잡고 줄넘기 10회를 성공해야 했다. 주사위의 쓰여진 신체부위 중 줄넘기를 하기에 최악은 발목. 그런데 엄태웅-차태현이 나란히 발목에 걸리자, 주사위를 던져야 하는 김승우로선 차라리 발목을 뽑는 게 나은 상황이 됐다. 이 때 차태현의 한마디, "형(김승우)도 발목 나와야 돼, 여기서 귓불나오면 애매해져요." 그리고 김승우의 주사위는 귓불에 당첨되는 환상(?)의 궁합. 역시나 1박2일내에 불운한 아이콘 차태현의 한마디는 귓불의 저주를 부르고 줄넘기 미션은 바로 실패했다. 하지만 차태현의 '귓불 나오면 애매해져요.'에 이은 발목-발목-귓불이란 최악의 조합은 대박 웃음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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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효당 미션은 고삼차 마시기. 잘 하는 팀에선 먹는 것엔 일가견이 있는 성시경덕분에 고삼차 미션을 수행함에 수월했다. 반면 못하는 팀에선 엄태웅이 고삼차가 쓰다며 쉽게 포기하는 바람에 충효당에 못하는 팀이 깃발을 꽂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엄태웅은 고삼차를 마시느니 사약을 먹겠다고 토로할 정도로, 고삼차에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고삼차와 엄태웅은 최악의 조합이었다. 그런 엄태웅이 2차 도전에서 고삼차를 혼자 원샷하는 반전의 한수를 두었다. 고삼차 원샷의 늠름 엄태웅은 시청자도 깜짝 놀라게 만든 반전이었다. 팀을 위한 엄태웅의 희생도 멋졌지만, 확실히 최근 1박2일에서 엄태웅이 분위기를 읽는 시야나 예능감에 있어 물이 제대로 올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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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양팀 모두 시간 소요를 많이 하고 중간에 실패가 잦아, 가장 힘들어 했던 석천정사의 미션 공포의 쿵쿵따 60초 버티기. 못하는 팀은 차로 이동중에 차태현의 제안으로 쿵쿵따의 순서를 미리 정하는 작전을 세웠다. 그런데 엄태웅이 느닷없이 '역장님'에 이은 '산기슭' 2연타로, 멤버들은 당황했고 김승우는 엄태웅에게 "우린 같은 편이고, 이건 누굴 보내는 게임이 아니야."라며 큰 웃음을 주었다. 그러나 엄태웅이 정신을 차리자, 이번엔 김승우는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이발소'가 나와야 할 타이밍인데, 김승우가 자꾸 '이효리'를 연발하는 바람에 미션은 계속 실패를 거듭하고 말았다. 못하는 팀에게 김승우의 쿵쿵따 속 이효리의 조합은 최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쿵쿵따의 중심에서 이효리를 외친 김승우덕분에 못하는 팀은 또 한번 대박 웃음을 낳았다.
이렇듯 분명 같은 게임을 했음에도, 개그맨 이수근이 버티는 잘 하는 팀 보단, 배우들로 구성된 김승우-엄태웅-차태현의 못하는 팀이 상대적으로 예능의 재미를 살리고 웃음의 대박을 쳤던 것이다. 이게 다 못하는 팀이 승부욕을 불태우고 열심히 하다보니 생길 수 있는 재미였고, 못하는 팀 특유의 실수가 연발된 자연스런 웃음폭탄으로 이어진 셈이다. 또한 잘하는 팀이 상대적으로 게임을 열심히 잘 한 것이, 오히려 못하는 팀의 재미를 빛나게 하는 바탕이 되었다. 이것이 리얼예능의 팀플레이다.
1박2일 시즌2가 확실히 분위기를 탄 것은, 이러한 미션과 복불복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오프닝때 새피디와 신경전을 벌였던 김승우가 재미를 낳았던 부분이나, 막간에 멤버들이 서로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 놓고 베개로 상대방을 때리는 '속풀이 토크'에서도 재미를 뽑을 줄 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멤버들의 의욕이 충만하고 분위기가 좋으며, 예능 1박2일에 안정감이 생겼다는 방증이다. 지금의 1박2일 시즌2는, 강호동의 1박2일 시즌1이 안 부러울 정도로 상당히 탄탄해졌다. <한우리 객원기자, 대중문화를 말하고 싶을 때(http://manimo.tistory.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