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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후속 KBS2 새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 남자'(이하 차칸 남자)가 첫 선을 보였다. '차칸 남자'는 지난 12일 첫 방송에서 전국 시청률 10.5%(AGB닐슨)를 기록하며 간신히 10%의 벽을 넘었다. 하지만 이후 하루 만에 시청률이 하락, 13일 방송에선 9.9%를 기록하며 한자릿수로 내려앉고 말았다.
첫방 전부터 맞춤법 악재
하지만 '차칸 남자' 제작진은 "뇌손상을 입게 되는 은기(문채원)가 마루(송중기)를 보며, 자신의 일기장에 '차칸 남자'로 잘못 기재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제목으로 인용하게 됐다"고 밝히며 "영화 '말아톤'이 자폐아동인 주인공 초원이가(조승우)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으로 기재한 사례와 같이 영화제작진이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임에도 '말아톤'을 제목으로 채택한 것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거듭 이해를 당부하고, 공영방송 KBS가 아름다운 우리말 발전을 위해 더욱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첫 방송 타이틀 영상에서는 '착한 남자'에서 '차칸 남자'로 바뀌는 CG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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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논란은 계속 진행중이다. 논란이 사그라들기는 커녕 맞춤법 논란은 PPL논란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치킨마루'라는 식품업체의 제작지원을 받고 있어 '차칸 남자'라를 표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혹이다. 지난 5일 제작발표회 당시 장내 진행 아나운서는 "'차칸남자'의 제목을 들으면 치킨이 생각난다"는 멘트를 하며 의혹을 키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KBS측은 드라마 제목과 주인공 이름은 간접광고 업체 결정 전에 만들어졌다고 반박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네티즌들은 '차칸 남자'의 한글 '옥에 티' 찾기에 나서고 있다. 첫 방송에서 "치우지 않아도 되요" "약속이 있어 먼저 일어날께요" "고객님이 방금 드신 이 요거트의 재료이기도 하구요"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하지만 옳은 맞춤법은 '돼요' '일어날게요' '하고요'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자주 하는 실수지만 유독 '차칸 남자'의 실수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 모양새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작가 작품이라고?
'차칸 남자'의 집필을 맡은 이경희 작가는 예전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다. '이 죽일 놈의 사랑'이나 '고맙습니다' 같은 작품성있는 드라마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전작 SBS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차칸 남자'에 대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고수 한예슬 등 톱스타를 캐스팅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많은 혹평을 받았다. 지지부진한 전개, 개연성 없는 스토리, 80년대 러브스토리를 다룬 것 같은 이야기 등으로 이 드라마는 철저히 외면 받았다. 때문에 '차칸 남자' 역시 이런 스토리로 진행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런 눈초리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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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을 벗은 '차칸 남자'는 전작과 다른 빠른 전개로 일단 우려를 잠식시켰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 호평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강마루의 역의 송중기는 촉망 받는 똑똑한 의대생에서 나쁜 남자로 완벽 변신, 180도 다른 연기 호흡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채원 역시 서은기 역으로 분해 한층 안정된 연기력으로 차갑고 도도한 캐릭터를 무리 없이 소화해내며 배우로서 저력을 과시했다는 평이다. 박시연은 성공을 위해 사랑을 모질게 외면해야 하는 비운의 여인 한재희 역을 맡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마루 친구 박재길 역의 이광수까지 폭풍 눈물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 악재들이 사라지지 않아 '차칸 남자'에게 위기는 남아 있는 상태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로 정면 승부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가능성도 높다. 이 위기들을 넘어 '차칸 남자'가 '각시탈'의 수목극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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