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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고층 건물들의 라인들이 멋지고, 시크함의 대명사이며, 무척이나 바쁘게 돌아가는 듯한 도시 뉴욕 맨해튼. 어디선가에서 천재 사기꾼과 FBI가 유쾌한 콜라보레이션 협업을 벌이고 있을지 모르지만, 여기 뉴욕 최고의 로펌 '피어슨 하드만'에서는 일류 까도남 변호사와 천재적인 브레인을 자랑하는 그의 후배의 브로맨스 콤비네이션이 펼쳐지고 있다. 이건 바로 미드 <슈츠(Suits)> 얘기. 사실 본지는 꽤 오래되었다. 다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포스팅이 조금 늦어졌을 뿐(..)
그러던 어느 날, 마이크는 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그 원수 같은 친구의 꾐에 넘어가 모 호텔에 대마초 배달을 나서게 되고, 하필 잠복 경찰에게 노출 위험에 처해서 무조건 36계 줄행랑을 친다. 그렇게 도망치다 도착한 곳은 로펌 피어슨 하드만의 면접 현장. 마이크는 패기 쩌는 담대함과 놀라운 브레인으로 그 자리에서 또 다른 주인공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매치)의 눈에 들고, 그렇게 법대 졸업장도 없던 마이크는 하비 전속 어소시에이트 변호사, 이른바 후배 변호사쯤으로 갑작스럽고 위험천만한 신분 상승을 하게 된다.
그렇다고 마이크가 하비를 속인 건 아니다. 마이크를 처음 봤을 때 하비도 이 모든 정황을 -하버드 법대 졸업장도 없는 주제에 대마초까지 피우는 천재-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마이크를 채용하는 건 하비로서도 정말 위험 부담이 큰 일인데, 하비는 마이크에게서 신선함과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본 듯 하다. 그리고 확실히 하비의 완벽한 윙 백이 되어줄 수 있는 건 마이크 뿐이다. 마이크가 사고만 안 친다면 말이다.
무튼 이렇게 <슈츠>는 로펌 피어슨 하드만을 주된 배경으로, 주인공 하비 스펙터와 마이크 로스의 사건 해결기와 기타 그 밖의 꽁냥꽁냥한 이야기를 그려 나가는 드라마다. 주인공들 근무처가 로펌인지라 법정 드라마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법정 드라마로 보기에는 에피소드의 면면이 조금 빈약하기는 하다. 마치 탁구공처럼 왔다 갔다 하는 촌철살인 대사들과 법정의 서늘하고도 팽팽한 긴장감을 기대했다가는 조금 실망할 수도. 하지만 킬링 타임용으로 소소하게 보기에는 꽤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화이트 칼라(White Collar)>가 취향이었다면 그럭저럭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는 방송사가 같다. -미국 케이블 채널 USA Network에서 방송 중!-
그래서 그런가, <슈츠>는 <화이트 칼라>와 이래저래 닮은 구석이 꽤 많이 보이는 드라마다. 뉴욕, 남자 2명, 콤비 -라고 쓰고 브로맨스라 읽음- 에서 ! 하고 촉이 온 달까. 아마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것이 캐릭터 강한 남자 주인공 2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가면서 브로맨스 돋는 케미를 만들어낸다는 점일 거다. <슈츠>와 <화이트 칼라> 모두 치밀하고 촘촘한 스토리 플롯이나 에피소드 구성보다도 캐릭터들 각자의 매력에 많이 기대고 있으니 말이다.
스토리가 주는 이성적인 재미는 2% 모자랄 수 있어도 눈 요기는 확실! 가볍게 보기 딱이다 :)
개인적으로는 센티멘탈한 꽃미남 마이크보다 맨해튼 최고의 마무리 투수, 못 하는 게 없는 유능한 해결사, 로펌의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 하비 쪽이 좀 더 매력적.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나쁜 남자이지만, 안 그런 척 하면서 되게 인간적인 게 매력이다. 표현 방법이 달달하고 부드럽지는 않은데 자기 사람은 확실하게 챙긴다. 로펌 CEO인 제시카(지나 토레스)에게도, 비서 도나(사라 라퍼티)에게도, 하지 말라는 짓은 골라서 다 해가며 어리숙하게 사고치는 마이크에게도 마찬가지. 마이크 때문에 코너에 몰려도 그래도 끝까지 마이크 쉴드 쳐주고 보호해주려고 하는 사람이 하비다. 이런 선배, 이런 상사라니. 눈썹 위의 사마귀 같은 그 점마저 섹시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거다.
반면, 훈남 비주얼로 한 눈에 확 들어왔었던 마이크는 어째 설정은 참 괜찮은데 극중에서 잘 안 풀리고 있는 느낌이다. 천재 설정도, 감성적이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것도 다 괜찮은데 자꾸 찌질해지려고 한다. 시즌1에서는 결국 변호사 일은 안 하고 자꾸 삼각 러브 라인의 진원지를 자초해서 뜬금없었는데 시즌2에서는 거의 캐릭터 안드로메다로 보내기 홈런을 치는 느낌(..) 에피소드에 긴장감, 위기감 불어 넣는 걸 좋은데 그걸 사건 말고 꼭 이렇게 마이크 캐릭터가 망가지면서 해야 되나 싶기도 해서 어째 지켜보면서 좀 꽁기꽁기한 마음이 크다.
뭐 스토리가 주는 이성적인 재미나, 주인공인데 갑자기 무게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마이크 캐릭터가 2% 아쉬울 수는 있지만 그래도 우선 훈훈한 비주얼에 눈이 즐거운 건 확실. 매 에피소드마다 두 남자가 선보이는 패션, 특히 하비의 럭셔리한 수트 패션이 꽤 볼만 하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슈츠>는 가볍게 보기에는 괜찮은 드라마이기도 하고 말이다. 현재 시즌2 썸머 피날레가 끝난 <슈츠>는 내년 2013년 1월부터 남은 에피소드들이 방송될 예정. 언제나 그러했듯, 다른 드라마들을 또 열심히 보고 있으면 어느새 예고편도 풀리고 방송도 시작하지 않을까. <토오루 객원기자, 토오루(http://jolacandy.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