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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이병헌을 통해 본 가요 한류와 영화 한류의 차이점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9-11 14:28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수 싸이.

"가요 한류와 영화 한류의 차이점은?"

'강남스타일' 열풍이 전세계에 불어닥쳤다. 파죽지세다.

싸이는 이 노래로 한국 가수 사상 최초로 유튜브 동영상 1억뷰를 돌파했다. 톰 크루즈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미국의 톱스타들도 '강남스타일'과 싸이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싸이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에 있는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와 음반 유통 계약을, 스쿠터 브라운이 운영하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소속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했다. 월드스타가 되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

7일엔 세계적인 음악 시상식 MTV '비디오뮤직 어워드'의 레드카펫 위에서 말춤을 선보였다. 싸이는 앨범 판매, 음원 서비스, 공연, CF 등을 통해 1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가수가 아시아권을 벗어나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영화계에도 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우리 스타가 있다. 이병헌은 10일 출국해 할리우드 영화 '레드2'의 해외 촬영에 돌입했다. 할리우드 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호흡을 맞춘다. 이병헌은 지난 2009년 개봉한 '지아이조'를 통해 미국 관객들에게 이미 눈도장을 찍었다. '지아이조2'는 내년 초 개봉한다.

싸이와 이병헌 모두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 있는 한류스타다. 그런데 싸이와 이병헌의 행보를 가만히 살펴보면 가요 한류와 영화 한류가 '조금'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싸이의 경우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가 전세계적인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손 안대고 코푼 격이다. 미국 현지 음반 회사에 일일이 음반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가만히 안방에 앉아 전세계 팬들에게 노래를 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유튜브를 통해 이 정도의 홍보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완성품이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를 유튜브에 떡하니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외에서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는 사람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병헌과 같은 국내 톱스타도 현지에서 인정을 받기 위해선 직접 뛰고 부딪혀야 한다.

영화의 경우, 각종 국제영화제가 세계에 영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피에타'가 러시아, 노르웨이, 터키, 홍콩, 그리스 등 해외 20여개국에 선판매된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영화제란 특성상 상업성보다는 작품성에 무게중심을 둔 작품이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국영화가 해외에 수출된다 하더라도 '강남스타일'과 같은 즉각적이고 열광적인 인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언어의 장벽도 영화 쪽이 높은 편이다. 싸이의 경우를 보자. 싸이는 한국어로 된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신나는 리듬과 코믹한 말춤이 해외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싸이의 이름은 몰라도 '강남스타일'과 말춤은 알 정도다. 반대로 영화는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자막을 통해 의사를 전달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해지는 느낌이 다르다. 게다가 한국영화는 우리 고유의 정서나 생활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해외에서 폭발적인 수준의 신드롬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할리우드와의 '물량 싸움'에서도 절대적으로 열세다. 국내에선 제작비 100억이면 블록버스터지만, 할리우드의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제작비가 2000억을 훌쩍 넘어간다. 영화는 수십, 수백명의 스태프들이 참여하는 공동작업인데다가 각종 카메라 기법이나 CG 등으로 만들어진 영상을 통해 승부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돈자랑'을 할 수 있는 구석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노래로 승부하는 가요는 이런 경제 규모의 차이가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맞상대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탄탄히 길러가고 있다는 평가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의 메가폰을 잡으며 우리 영화 산업의 저력을 증명했다.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거장 중 한 명이란 사실을 입증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한국영화가 외화와의 흥행 경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비록 국내 기록이긴 하지만, 우리 영화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김기덕, 이창동, 홍상수 등 해외 영화제에 진출한 감독들은 해외에서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도둑들'과 같이 오락영화로서 경쟁력을 가진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병헌, 배두나 등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인 우리 배우들의 입지도 차츰 탄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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