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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4일 일본의 외무성 부대신은 "송일국, 미안하지만 일본 못온다"는 발언으로 혐한류를 부채질했다. 또 최근에는 구혜선이 출연한 타이완 드라마 '절대 그이'의 일본 방송까지 연기되며 국내에서는 일본의 혐한류 분위기가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독도 문제와 각종 외교 현안들로 한일 외교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는 우려가 한류에 대한 걱정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시민들이 체감하는 현재의 한류는 어떨까.
"한일 문제? 어른들의 일일뿐"
도쿄의 관광지로 유명한 오다이바의 비너스포트 쇼핑몰에서 만난 23세의 여성 다카하시 나츠미 씨 역시 "나는 솔직히 한류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한국 가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들은 현재 한일관계보다는 한류 그 자체를 좋아한다"며 "정치문제는 어른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다나카 료코 씨(21·여) 역시 "난 카라와 소녀시대를 좋아한다. 다른 문제들은 별로 관심없다"고 간단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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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연기한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그것은 단지 정치권이나 우익단체의 눈치보기일 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의 EBS격인 NHK ETV에서는 아직도 '2PM의 원포인트 한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2PM이 직접 출연해 한국어를 가르치는 방송을 하고 있다. 또 TV도쿄에서는 매주 '무사 백동수'를 방송중이다.
도쿄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백지현씨(25)는 "사실 신주쿠 같은 곳에서 독도 문제를 크게 소리쳤다가는 일본 청년들에게 봉변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건 명동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라며 "정치권에서는 연일 떠들고 있지만 솔직히 시민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 당연히 한류 가수나 배우들을 배척한다는 혐한류 분위기도 피부로 느껴지진 않는다. 정치권 분위기나 인터넷 상의 부추기는 글들로만 보고 '혐한류'가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우려하는 만큼 일본 내에서 '혐한류'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 않다는 의미다. 때문에 국내 네티즌들도 단지 인터넷상의 반응만 보고 "일본에서 한류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독도문제로 인해 일본 사람들이 모두 한류에서 떠나고 있다"는 등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엉뚱한 주장을 하기보다는 한류의 힘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가는 것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일본)=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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