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in TV - 광화문연가 애프터스토리] 안재욱은 까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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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연말에 '광화문 연가' 제작진이 안재욱 매니저와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더니 결국 1월 2일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장소는 일산 MBC 옆에 있는 라페스타의 작은 카페. 일이 되려고 하니 일사천리로 해결됐다. 2012년엔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은 좋은 분위기. 인터뷰 역시 잘 되지 않을까라는 신의 계시? 또는 스스로의 작은 위안?
안재욱은 '빛과 그림자' 촬영을 막 끝내고 제 시간에 딱 맞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기대보단 걱정이 좀 앞선 채로 그렇게 안재욱과 처음 만났다. 가볍게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간단히 안부를 전하고 곧바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검은 가죽점퍼에 펌을 한 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마주하고 앉았는데 갑자기 아줌마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이상하리만치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 역시 부드럽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안재욱의 까칠함'은 느끼기 힘들었다. '의외인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안재욱은 까칠하다'는 주위 평가의 원인을 찾아 들어갔다.
"저는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하고 술자리에서 깔깔깔 거리면서 밤새고 즐겁게 술을 먹는 걸 좋아해요. 술자리에서 약간 거슬리면 불편하거든요. 그래서 낯선 사람과 술자리 하는 걸 저 같은 경우에는 싫어해요. 그래서 맨날 보는 친구들만...의외로 세계가 굉장히 좁아요"
"제가 정도 많고... 정이 많다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반대로 완전히 냉정하기도 하고요. 상처도 많이 받고. 제가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시간이 더 소중한거에요. 여러사람에게 다 잘 보이고 잘하는 사람처럼 그걸 제가 잘 못해요. 낯선 사람과 낯선 시간 속에 있는 나의 그 어색함보다는 내가 느끼는 좋은 사람과 더 친밀해져가는 그 시간이 더 좋다보니까. 의외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성이 결여돼 있죠."
"하다못해 (공)형진이 형 같은 경우도 저한테 섭섭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제가 살갑지를 못 한거에요. 형이니까 먼저 전화도 잘하고 안부전화도 하고 술 한잔하자고 해야 되는데, 형이 '야 너는 뭐 내가 하지 않으면 통화가 안 되니 이거 원...'이라고 해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보면 '아 맞아 이걸 내가 좀 더 해야 되는데'. 참 그런 걸 잘 못해요. 그래서 휴대폰 요금도 얼마 안 나와요. 5만원도 안 돼요."
안재욱의 말들이다. 연예계 마당발인 신동엽, 이휘재, 차태현 등과 가장 친한 동료인 안재욱. 자연스레 안재욱 역시 연예계의 미친 인맥으로 통하는데, 그의 말을 듣고보니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달랐다. 안재욱은 정말 친한 사람들과만 교류하는데, 그 친구들이 마당발이었을 뿐이다. 방송과 영화에서 보였던 위트 넘치는 말장난과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 때문에 안재욱을 친근하게 생각하고 만났다가, 의외로 사교적이지 않은 모습에 사람들이 오해를 한 게 아닐까 싶다. '안재욱은 까칠하다'는 소문의 진상일 것이다.
대인관계가 넓은 사람과 깊은 사람의 차이였다. 지금 안재욱과 가장 친한 친구들 대부분 20년 가까이 된 사람들이다. 안재욱의 자랑이기도 한 팬클럽 여름캠프 역시 15년 동안 이어져왔다. 안재욱은 밖으로 알려진 것처럼 넓은 사람이 아니라, 관계가 깊은 사람이었다.
인터뷰는 유쾌했다. 대화 시작 후 이상하게도 빨리 마음이 풀어졌기 때문이었을까.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선 안재욱이 자신도 모르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았기 때문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안재욱은 거침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많은 것들을 쏟아냈다. 심지어 속썩이는 스타들 때문에 마음 고생, 몸 고생으로 단련된 제작진마저 빠져들게 만들었다. 스타에겐 호감보다 비호감이 더 많은 제작진의 마음이 움직일 정도로 안재욱은 소탈을 넘어 솔직했다.
말하기 민감할 수 있는 '빛과 그림자'의 시청률과 안재욱의 현재 인기에 관해서도 거짓이나 과장이 없었다. 톱스타로서, 한류스타로서 자신감 넘치고 강해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안재욱은 자신의 약함을, 굴곡진 인생을 털어놨다. 한편으론 고인이 된 최진실, 장진영과 가장 친했던 스타 안재욱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독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 안재욱에게 최진실, 장진영의 죽음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무거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의 30대 중반 인생에 큰 굴곡을 만들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용서한다고 했던가. 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안재욱의 마음은 조금 가벼워진 듯 보였다. 인터뷰 내내 유쾌하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안재욱과 아줌마 수다를 한바탕 떤 느낌이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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