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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연가]수지에게서 배우의 얼굴이 보인다

박종권 기자

기사입력 2012-03-28 11:58


[광화문연가 애프터 스토리 - 수지]


수지가 '연예 in TV'(TV조선)의 솔직담백한 인터뷰 코너 '광화문연가'에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사진=연예 inTV
3월 19일 월요일 오전 전체 회의 시간. 기자, PD, 작가 등 15명의 '연예 in TV' 제작진이 전부 모여 큐시트와 촬영 일정, 각 코너 별 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광화문 연가'의 게스트 섭외 현황을 이야기 하던 중 전화가 울렸다. 바로 수지의 '광화문연가' 출연 확정 전화였다. 14명 제작진의 눈과 귀과 모두 전화에 쏠렸고, 전화가 끊기자마자 남자 제작진 모두 환호로 수지의 출연을 반겼다. 남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서로 촬영하겠다며 나섰다. 딱딱한 회의 시간 중에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렇게 살짝 흥분된 회의는 한동안 계속됐다.

수지의 첫 영화인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과 관련된 첫 영화 인터뷰는 이렇게 '광화문연가'로 결정됐다. 섭외하기 위해 쏟아부었던 노력에 대한 보상이랄까, 뿌듯함이 몰려왔다.

인터뷰 장소는 일산 MBC 근처의 한 카페. 아침부터 서둘렀다. 일반적으로 인터뷰는 오후에 진행을 하는 편인데, 수지는 그룹 미쓰에이 활동 때문에 오전에 할 수밖에 없었다. 가수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어 여느 영화배우들보다 훨씬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날 역시 MBC '아름다운 콘서트' 녹화 전에 수지만 따로 만난 것이다.

11시 30분 인터뷰를 위해 오전 10시 30분에 도착해 카페의 오픈을 기다렸다. 카페 사장님이 조금 늦게 나오는 바람에 촬영 준비가 생갭다 늦어졌다. 급하게 테이블과 의자를 옮기고, 하나둘씩 촬영 세팅을 마치고 수지를 기다렸다. 인터뷰 장소에 앉아 차분히 질문지를 보던 중 다른 촬영 때보다 유독 많은 카메라가 나왔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남자 PD들의 '수지 사랑'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보통 카메라 4대로 '광화문연가'를 촬영하는데 이날은 6대의 카메라가 출동했다. PD들의 사심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좋은 영상으로 수지를 전달하고 싶어하는 제작진의 순수한 마음이라 믿기 위해 노력했다.

수지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은 12시에 도착했다. 사전에 매니저를 통해 조금 늦는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연예인에게 지각은 워낙 흔한 일이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스타들이 종종 있다. 심지어 사과나 미안함 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기다리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님에도 말이다. 그러나 수지는 등장과 함께 환한 얼굴로 기운찬 인사와 함께 사과의 말을 전하며 기다리고 있던 스태프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등장만으로도 촬영장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는 듯했다.


첫 만남은 누구에게나 어색한 법이다. 수지 역시 낯선 인터뷰어 때문인지 조금은 긴장한 느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평소 새벽 4시에 일어나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이날은 늦잠을 잘 정도로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는 것. 피곤하거나, 귀찮다는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 '건축학개론' 얘기로 시작된 인터뷰는 순조로왔다. 이제 열아홉살인 수지다운 대답들이 흥미로왔다.

"삐삐는 정말 처음 보는 거 였어요. 처음 만져봤는데 신기하더라고요. 삐삐를 들어서 연락이 왔나 안 왔나 확인해야 되는데, 너무 어색한 거예요. 그걸 들고 있는 자체가 이렇게 드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되게 어색했어요."

"감독님 미팅하는 날에 이동하면서 차에서 처음으로 '기억의 습작'을 들었어요. 정말 좋았어요. 요즘에는 옛날 노래 듣는게 좋아졌어요. 김동률 선배님은 이름만 알고 있고, 잘은 몰라요. 나중에 만나면 '노래 정말 잘 들었어요. 멋있으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영화 속에서 스무살 서연(수지)에게 고백을 못하고 맴돌기만 한 승민(이제훈)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수지인데, 그녀가 품고 있는 첫사랑 판타지는 딱 열아홉살 소녀의 것이었다.

"광주에서 학교랑 댄스 동아리를 다닐 때 버스를 타고 다녔어요. 그 때마다 '버스 옆자리에 나의 이상형이 앉으면 운명이다'라고 생각을 했었요. 버스를 타면 멋있는 오빠들 몇 명이 있었는데 제 옆에는 앉지 않는 거에요. 제 옆에는 항상 아저씨가 있거나 여자가 있는 식이었어요. 제가 힐끔힐끔 쳐다보는 멋있는 오빠들이 제 옆에 앉으면 '운명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옆자리에 한 번도 앉지 않아서 안타깝게 생각했어요."

인터뷰 내내 즐거운 분위기였다. 첫 만남이었지만 수지는 편안하게 자신의 얘기를 털어놨다. 특히 영화 '건축학개론'을 재미있게 봤기 때문인지 수지에게서 배우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물론 인터뷰 중간 중간에 수지 역시 아이돌이란 생각도 들었다. 아이돌 멤버들과 많은 인터뷰를 하진 않았지만, 이야기 중 왠지 모르게 '소속사에서 교육을 받았구나'란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특히 사적인 이야기를 할 때 '말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들이 자주 보였다. 초중학교 시절과 첫 키스, 사랑 고백 이야기를 할 때 그랬다. 그럼에도 수지가 다른 아이돌과 다른 점은 자신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얘기를 한다는 점이었다. 사적인 질문에 반사적으로 자신을 닫아버리거나, 소속사에서 정해준 틀에 맞춰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답을 머뭇거리고, 조금 더 생각하고, 대답의 수위조절을 하는 모습이 그대로 표정에 드러났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하나씩 얘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기계적이고, 계산된 반응을 보여주는 아이돌이 아니라 소녀이자 배우인 배수지의 모습이 보였다.

'건축학개론'에서 자신의 연기 점수를 '1점'이라고 말하는 수지. 민망함에 겸손한 점수를 준 것이겠지만, 인터뷰 내내 배우로서 기대하게 만드는 구석이 분명 존재했다. 수지에게서 섹시 아이돌이 아닌 배우의 얼굴이 보이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광화문연가'에서 편안하게 대화를 나우고 있는 행자 박종권 기자와 수지(왼쪽부터).
사진=연예 in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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