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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람이 휘몰아친 결말이었다. 15일 방송된 MBC '해를 품은 달'의 최종회는 양명(정일우)의 죽음을 시작으로 10분에 한 명꼴로 등장 인물이 숨을 거뒀다. 모두 훤(김수현)과 연우(한가인)의 로맨스를 완성시키기 위한 희생이었다. 정은궐 작가의 동명 원작소설과 결말이 동일하다. 이날의 전국 시청률은 42.2%(AGB닐슨미디어리서치)로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원작 못지 않은 비극성이 돋보였다"는 평과 "원작에 대한 재해석이 없이 끼워맞추기에 급급했다"는 평이 동시에 나왔다.
사실 종영을 앞두고 결말은 어느 정도 공개돼 있었다. 원작소설 자체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예고된 결말을 향해 달려온 셈이다.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진수완 작가가 고민을 많이 했지만, 드라마의 기획 단계부터 원작의 결말을 따라가기로 결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원작을 변형하는 실험을 택한 대신 캐릭터의 비극성을 구현하는 안정적인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원작의 캐릭터를 따라가되 살을 붙이고, 극의 에피소드와 대사를 강화하고자 했다. 원작을 가진 작품은 그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때문에 소설과는 다른 드라마다운 엔딩을 맺고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처럼 '해품달'의 드라마틱한 엔딩은 원작의 탄탄한 구성에 기댄 측면이 크다. 덕분에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고 모두가 납득하는 드라마다운 결말을 맺은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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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품달'은 온갖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았고 모두의 예상은 적중했다. 촬영장소인 한국민속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중요한 촬영 내용이 알려졌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관련 기사 등을 통해 원작을 읽지 않은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결말을 숙지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양명의 반란이 연극이었다는 반전이 다소 맥이 빠졌고, 등장 인물들의 비극적인 운명도 시청자들에게 다소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졌다. 최종 2회 안에 원작이 정한 결말을 모두 담으려 하면서, 어느 캐릭터 하나에도 힘을 싣지 못한 졸속 엔딩이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훤과 연우의 해피엔딩 또한 수많은 죽음들에 묻혀 다소 빛을 잃었다. '성균관 스캔들' '뿌리 깊은 나무'는 시즌2 요청이 쇄도했지만, '해품달'은 중요 인물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에 시즌2는 꿈조차 못 꾼다. 원작에 대한 재해석이 아쉬운 부분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해품달'은 애초 24부로 기획됐다가 20부로 수정됐다. 가상의 왕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20회가 좀 짧다는 느낌이 있지만, 캐릭터의 여운을 남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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