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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해를 품은 달'의 김도훈 PD가 마지막 '컷'을 외치는 순간, 김민서는 "마음에 파도가 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덤덤하다가도 때때로 마음이 찡해진다. 대상이 무엇이 됐건 역시 이별은 '쿨'하기 힘든 법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기생 초선일 때는 '남자의 마음을 얻고 싶거든,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하더니, '해품달'의 중전 보경은 가질 수 없는 훤의 사랑을 갈구했다. 너무 분위기가 달라서 동일인이 맞나 싶은데, "밝고 구김살 없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며 눈빛을 빛낼 땐 모습이 또 다르다. 거기에 화면 속 통통한 볼살이 마음에 걸려서 한동안 저녁을 굶었을 만큼 '독한' 면모도 있었다고 하니, 대체 김민서의 '팔색조' 매력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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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경이 왠지 애처롭게 느껴졌던 건 '합방신'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중전을 위해 옷고름 한번 풀지"라는 훤의 대사에 시청자들은 자지러졌지만, 보경은 한없이 초라하고 비참해졌다. "수현이가 그 대사를 더 차갑고 잔인하게 해주길 바랐어요. 그러면 보경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훤이 보경을 눕히는 장면도 제가 먼저 제안했죠. 대본에선 가증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저는 보경의 상처와 슬픔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경은 어릴 적부터 지금껏 훤만 바라보며 달려왔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게 다 아버지 윤대형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애증어린 두 남자 때문에 보경이 불쌍해졌죠. 좀 안쓰럽지 않나요?" 설득력 있는 김민서의 얘기를 들으니, '성균관 스캔들' '동안미녀' '해품달'까지 짝사랑만 해온 그녀를 어쩐지 응원하고 싶어진다.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처럼 저도 좀 여러 남자에게 사랑받게 해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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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선 좀처럼 웃지 못했지만, 카메라만 꺼지면 김민서는 돌변한다. 어찌나 장난기가 많은지 '악녀'보단 '악동' 같다. 합방신을 앞두고 김수현과 장난을 치는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훤과 연우의 알콩달콩한 장면을 찍고 왔다는 얘기를 듣고 김수현에게 '연우가 그렇게 좋더냐'고 투정도 부렸어요. 수현이는 '중전, 자중하시오'라며 달래주고요. 마지막회에 보경이 죽었을 땐 훤이 울지도 않는데, 그게 설정인 줄 알면서도 엄청 서운하더라고요. 그래서 상궁들조차 안 우는 거냐고 '생떼'를 부렸더니 감독님이 상궁들에게 울어주라고 하셨죠." 이젠 드라마도 끝났으니 트위터도 열심히 하면서 밝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많이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했던 김도훈 PD의 트위터 글에 답장도 해달라고 했다. "사극톤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연기를 마음껏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믿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분기별로 모임도 갖기로 했으니 작별인사는 안 할래요. (웃음)" 역시 이별할 때 '쿨'하긴 힘든 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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