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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가 그랬어요. 시나리오에서 내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더라고."
'퍼펙트 게임'의 양동근은 어느 새 선동열의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아직 몸매가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살이 빠져 얼굴이 많이 슬림해졌다. 50cm 거리에서 그와 마주보며 "피부가 참 좋다"고 했더니 "그런 소리 많이 듣지만, 나빠진 겁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투수였던 최동원과 선동열의 일대 승부를 다룬 '퍼펙트 게임'을 마친 그는 또다른 주연 조승우에게 자신이 직접 캐스팅된 이야기부터, "라이벌 관계의 우정을 다룬 영화지만, 분명 승자는 있다고 생각한다"는 오묘한 말까지 내놓아 인터뷰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아냈다. "승자가 누구일 것 같으세요? 인터뷰 막판에 말할게요."
'퍼펙트 게임'의 두 주인공 중에서는 최동원 역의 조승우가 먼저 캐스팅됐다. 이후 선동열 역의 양동근 캐스팅은 조승우가 직접 했다. 주연배우가 상대 배역을 스스로 고른 것이다. "예전에도 누군가가 '이 시나리오 어때?'라면서 할 의향을 물은 적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조승우는 전화를 걸자마자 대놓고 '동근아, 같이 하자'고 했어요. 확실한 게 아니면 제안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무게감이 있더라고요. 그 몇 마디에 그만 끌려서 하게 됐죠. 야구도 잘 모르면서." 조승우는 '시나리오를 보니 양동근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더라'고 했다고. 이런 배경이 있음에도 사실 두 사람은 그리 친하지 않다. "1년에 한 두번 볼까 말까한 어색한 사이죠. 류승범과 조승우가 친구인데, 승범이는 저한테는 또 형이라고 해요. 그러니 좀 꼬인 족보이기도 하고. 배우로서는 굉장히 신뢰가 가요." 마치 최동원과 선동열처럼, 조승우와 양동근 또한 프로로서 서로를 믿는 사이다. "조승우잖아요. 조승우가 하자고 하는데."
피부 트러블 일부러 놔둔 이유는….
가까이서 본 양동근은 놀랄 만큼 피부가 좋았다. 그래도 그는 "완전히 '민낯'인데 나빠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찍을 때 야외에 너무 오래 있었고, 정말 힘들었어요. 피부 좋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지금 이건 정말 아니죠." 스트레스와 외부 자극 때문에 얼굴에 트러블도 많이 생겼다고. "뾰루지가 엄청나게 난 적도 있었어요. 원래는 피부과를 갔어야 하는데, 예전에 선동열 감독님 피부가 좀 안 좋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 피부도 도와주네?'라면서 그냥 내버려뒀죠.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원래 이 영화를 위해 '전라 노출'도 불사했다. 본편에선 편집됐지만, 선동열이 사우나에서 다른 손님들의 말을 듣는 신이다. 이 장면에서 양동근은 최동원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며 거울에 이마를 부딪친다. "원래 그 장면에서 저의 다 벗은 뒷모습이 나오죠. 근데 본편에선 편집됐어요. 저는 거기서 한 번 벗고, 나중에 제 엉덩이가 나와야 하는 장면에서는 '한 번 벗었으니까 감독님이 벗으시라'고 말했더니 감독님이 엉덩이를 노출하셨죠. 가만 보면 마지못해 하는 척 하셨지만, 사실 '나 아직 괜찮아'라고 유세하고 싶으셨던 것도 같아요. 하하."
승자는 있는 게임
인터뷰 말미, 양동근은 "누가 이 영화의 승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스태프 전원?"이라고 대답하자 양동근은 "그냥 저는 갱 쓰고 연출하신 박희곤 감독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빤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정말 감독님은 본인이 원하는 바를 확실히 이끌어내신 것 같아요. 어디에서 치고 빠져야 할지. 영화 보고 많이들 우신다고 들었어요. 야구를 알든 모르든, 전부 다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어져서 정말 다행이에요." 양동근 자신도 기대한 만큼의 만듦새였을까. 양동근은 "기대 이상이라고는 말을 못하겠어요. 아무래도 저는 아쉬운 점이 있지요"라면서도 "그래도 영화관에서 끝까지 보고 입이 귀에 걸린 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라며 한 번 더 크게 웃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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