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스토리]비연기자들 영화 드라마 카메오 러시, 왜?

영화 '카운트다운'에 출연한 신혜인 선수(오른쪽). 사진제공=영화인

영화 '히트'에 출연한 전용준 캐스터(왼쪽)와 엄재경 해설가. 사진제공=레몬트리

영화 '히트'에 출연한 전용준 캐스터(왼쪽)와 엄재경 해설가. 사진제공=레몬트리

KBS2 새 수목극 '영광의 재인'에 출연한 김성한 감독. 사진제공=김종학 프로덕션

요즘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하나 더 늘었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 '의외의' 스타들이 깜짝 등장해 관객과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 29일 개봉한 영화 '카운트다운'에는 얼짱 농구스타로 유명한 신혜인이 카메오 출연했다. 신혜인이 선수로 활약하던 당시의 실제 경기 장면이 쓰인 것은 물론, 극중에서 신혜인은 자신의 예전 소속팀인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쿨캣의 유니폼을 입고 리포터와 인터뷰도 했다. 얼짱이라는 실제 명성대로 영화에서도 스토커와 안티팬들에게 시달리는 설정이었다. 돋보이는 미모 덕에 예전부터 영화 출연 제의가 많았다는 후문이다.

13일 개봉하는 '히트'에는 e-스포츠 해설계의 슈퍼스타 전용준 캐스터와 엄재경 해설위원이 등장한다. 극중에서 불법 사설 격투기장에 초빙돼 온 전용준과 엄재경은 경기장을 신기한 듯 둘러보는 '표정연기'와 대사도 그럴 듯하게 소화했다. 그리고 격투기 경기가 시작되면, 대체 어디서 숨을 쉬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속사포 같은 해설과 애드리브를 쏟아내며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실제 경기장에 와 있는 듯한 박진감과 현장성이 배가됐음은 물론이다.

'전설의 강타자' 김성한 전 감독은 KBS2 새 수목극 '영광의 재인'에 천정명과 이장우가 속해 있는 야구팀의 감독 역할로 특별출연 했다. 김 감독은 '야구 드라마'라는 이유 하나로 제작진의 제안을 수락했다. 실제 촬영에서도 위엄과 포스가 넘치는 대사로 현장을 긴장케 했고, 배우들에게는 직접 야구 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제작사는 "짧은 등장이었지만, 야구 감독 역할에 더할 나위 없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연기자 카메오들은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려 작품에서도 '리얼한' 연기를 펼친다. 달리 생각하면, 자신의 모습을 그 자신이 연기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제작사 관계자는 "비연기자들은 짧은 등장임에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관객과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 흥미를 유발한다. 전문 배우들의 연기과는 또다른 관람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라며 "이들의 출연은 작품에 현실감과 생생한 느낌을 가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제성이나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제작진은 신선한 카메오를 찾고 작품에 출연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히트'의 관계자 또한 "전용준과 엄재경의 임기응변과 애드리브 덕에 현장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제작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전문성과 노련미로 채워줬다"며 비연기자들의 출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모든 카메오가 다 성공적인 건 아니다. 자칫 화제성에만 치중하다 보면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비연기자들의 등장은 극에 신선함을 더하기도 하지만, 연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돌 경우에는 오히려 너무 튀거나 거슬려서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며 "카메오 출연이 잦다 보면 처음의 신선함이 떨어져 의외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