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발언대] '미스터 아이돌' 라희찬 감독 "아이돌 캐스팅 안 한 이유는…"

영화 '미스터 아이돌' 포스터. 사진제공=레몬트리

영화 '미스터 아이돌' 스틸. 사진제공=레몬트리

가요계가 아닌 '영화계'를 뒤흔들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미스터 아이돌'이 그 주인공.

이 영화는 아이돌이 되기엔 2% 부족한 오합지졸 그룹 '미스터 칠드런' 멤버들이 독설 프로듀서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국민 아이돌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미스터 칠드런'의 네 멤버는 지현우, 박재범, 장서원, 김랜디. 하지만 이들 중 박재범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전형적인 아이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24세 박재범이 가장 나이가 어릴 만큼 연령대도 높은 편. 연기력까지 갖춘 아이돌이 많아진 요즘, 실제 아이돌 스타들도 이 영화를 탐내진 않았을까?

'미스터 아이돌'을 연출한 라희찬 감독은 "아이돌 스타들이 출연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각인돼 있는 이미지 때문에 영화에서 그려낼 성장 스토리가 맥이 빠질 수도 있다"며 "관객들이 영화 속 인물을 보며 '진짜 아이돌 맞냐'는 의심스러움에서 출발해 그들이 바닥부터 하나씩 쌓아올리는 과정을 공감하길 바랐다"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아이돌스럽지 않은 캐릭터들이 아이돌이 된다는 내용에 맞게,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드라마적인 부분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

때문에 실제로 아이돌 그룹에서 데뷔해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박재범의 역할이 이 영화에서 무척 중요하다. 다른 멤버들과 어우러지며 그들까지 '그럴 듯한' 아이돌로 보일 수 있도록 현실성을 부여해주는 베이스이자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라 감독은 "실제로 박재범을 겪어보고 그의 춤과 노래를 지켜보니 오히려 아이돌보다는 아티스트적인 느낌이 강했다. 배우로서도 좋은 재목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박재범을 칭찬했다.

사실 다른 멤버들도 아이돌이 되기에 충분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다. 더넛츠 출신 지현우는 극 중에서도 밴드 출신 아이돌 역할을 맡았다. 라 감독은 "가장 아이돌스럽지 않은 배우이지만 무대에서의 패기만큼은 대단하다"며 "지현우 덕에 인물의 리얼리티가 살아났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지현우는 아이돌로 거듭나기 위해 캐스팅 첫 날부터 시작해 4~5개월간 트레이닝을 받았다. 춤은 물론 아이돌의 필수 덕목인 '식스팩'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라 감독은 지현우의 음악적 재능을 살려 지현우가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들을 영화에 더 많이 담아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의 액션스쿨 선배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장서원은 보컬 담당 아이돌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주목받기 전에는 연극 무대에 많이 올랐던 대단한 실력파로 노래실력도 수준급이다. 라 감독은 "장서원은 무대 경험이 많아 연기의 폭이 넓고 톤이 좋다. 다른 멤버들을 아우르는 포용력과 흡수력, 밸런스가 뛰어나다"며 "특히 장서원과 박재범이 같이 연기할 때의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힙합그룹 일렉트로보이즈의 멤버이기도 한 김랜디는 영화에도 래퍼로 출연해 배역과 100%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연기하는 느낌보다는 사실적이고 날것의 느낌이 난다"는 것이 김랜디에 대한 라 감독의 평이다.

이 네 멤버는 서로 닮은 구석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영화 속 무대에서는 절묘한 앙상블을 이루었다. 라 감독은 "음악과 아이돌을 소재로 다뤘지만 거창한 무언가를 의도한 건 아니다. 내가 보고 싶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생각하고 영화를 연출했다. 관객들도 영화의 이야기와 함께 무대를 즐겼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표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