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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열풍'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KBS2 '공주의 남자' SBS '무사 백동수' KBS1 '광개토태왕' MBC '계백' 등 일주일에 무려 4편의 사극이 동시에 방송되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며 놀라는 눈치다. 이같이 사극이 인기있는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한 탄탄한 이야기가 시청자들에게 매력으로 느껴진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현재 방송중인 사극 중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사극은 어떤 작품일까. 또 최고의 악역, 최고의 고전미 여주인공은 누구일까. 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팀 기자 10명과 긴급 진단해 봤다.
사실 방송 전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그리 와닿지 않았다. '사극으로 그런 스토리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에서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반신반의'는 '놀라움'으로 바뀐 상태. 특히 계유정난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수양대군(김영철)의 큰 딸 세령(문채원)과 김종서(이순재)의 막내 아들 김승유(박시후)의 러브라인은 허구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극적이었다.
실화이기 때문에 김승유가 세령의 목을 조르는 장면이나 세령이 수양대군 앞에서 자신의 목에 칼을 대는 장면은 더욱 드라마틱하게 받아들여졌다. 물론 픽션이 섞여있다는 것을 모르는 시청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들의 애절한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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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백동수'의 가장 큰 특징은 역사적 사실보다 '액션'이라는 장르에 치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인공 백동수가 영정조 시대에 훈련교범 '무예도보통지'를 만들었던 조선 최고의 협객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장르는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게다가 '무사 백동수'는 소설 '미르신화전기'로 큰 인기를 얻은 소설가 권순규 작가가 집필했기 때문에 그 완성도가 어느 정도 보장됐다. 권 작가는 이미 방송 전부터 대본을 11부까지 탈고해놓은 상태였다. 때문에 '쪽대본'이나 요즘 문제로 떠오른 '생방송'은 '무사 백동수'에게는 가당치 않은 말이다.
게다가 이현직 PD와 함께 연출을 맡고 있는 김홍선 PD는 케이블채널에서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이나 '야차' 등을 만들며 액션 연출에는 일가견이 있는 감독으로 꼽히고 있다. '무사 백동수'에 출연중인 배우 윤소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사실 액션신이 많아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다. 하지만 두 감독님이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된다. 두분의 연출 내공이 놀라울 정도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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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득표를 했으나 '계백'과 '광개토태왕'은 정통 대하사극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대하사극은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을 하고 있다.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퓨전 사극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기 힘들 뿐 아니라 이야기 구조도 엇비슷해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하다.
'계백'은 이전 방송한 '주몽'이나 '선덕여왕'과 스토리라인에서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광개토태왕' 역시 동시간대 전작들과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같은 요소들이 '식상하다'는 느낌을 주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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