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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키워드로 돌아본 지난 4년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08-21 11:06 | 최종수정 2011-08-21 16:49


사진제공=KBS

지난 2007년 8월 5일 첫선을 보인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이 6개월 후 막을 내린다. 지난 4년간 시청률 30%대를 오르내리며 주말 예능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은 '1박2일'과의 작별을 시청자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때로는 포복절도를, 때로는 진한 감동을 안기며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1박2일'의 지난 4년여를 '키워드'로 풀어봤다.

복불복

'1박2일'의 주력 상품은 바로 복불복이다. '1박2일'에서 복불복 게임은 프로그램의 근간을 이루는 장치로 없어서는 안 될 컨텐츠로 떠올랐다.

복불복 게임은 오랫동안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로 등장해온 인기 아이템이었지만 '1박2일'을 만나 비로소 완전한 제 이름을 찾았다. 다름 아닌 '복불복의 재발견'이었다.

멤버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뒤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의 감정을 잡아 '원초적인 웃음'을 만들어내는 '1박2일'식 복불복의 묘미는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안겼다.

제작진은 '운 없는 자'가 겪게 될 고통의 무게를 점차 가중시키며 리얼 야생 버라이어티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독한 방송'(?)의 표본을 제시한 셈이다.

다만 방송 초반 까나리 액젓, 레몬, 매운맛 어묵과 호빵 닭꼬치 등의 재료를 활용하며 긴장감을 유발했던 것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다양한 복불복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1박2일' 방송화면 캡처

허당 · 은초딩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운명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메이킹에서도 단연 독보적이었다.

학생회장 출신의 반듯한 이미지로 재능 있는 연예인으로만 알려졌던 이승기는 '1박2일' 출연 후 '허당'이라는 기상천외한 닉네임을 얻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실수투성이에 빈틈이 많은 이승기의 모습을 포착한 김C가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었다. 이제는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두루 쓰이는 고유명사처럼 활용되고 있다. 이승기는 '1박2일'에서 보여준 의외성으로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고, CF 스타로도 발돋움했다.

'은초딩'도 '1박2일'이 낳은 최고의 캐릭터다.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온 은지원에게 가수 신지가 '1박2일' 게스트로 출연해 붙여준 것이다. 더불어 멤버들과의 게임에서 뛰어난 교란 작전을 펼쳐온 은지원은 '지니어스 원'이라는 별명도 추가했다.

이밖에도 이수근은 '국민일꾼'에서 '국민 운전기사'를 거쳐 '국민 앞잡이'로 캐릭터의 변천사를 그려왔고, 메인 MC 강호동은 자신의 강인한 인상 등에 착안해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1박빠

'1박2일'은 MBC '무한도전'과 함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소위 '빠'로 불리는 열성팬들을 낳으며 팬덤문화의 영역 확장을 이뤄낸 저력을 인정받고 있다. 과거 주로 인기 연예인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팬덤문화가 방송 프로그램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무한도전'과 끝없는 대결구도를 만들었다. 인터넷상에는 '1박2일' 안티카페가 생기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졌다. '1박빠'와 '무도빠'의 신경전 또한 대단했다.

심지어 '1박2일'이 6개월 후 종영된다는 결정이 이뤄지자, 일부에서는 '1박2일'과 '무한도전' 멤버들의 의리를 비교하는 움직임까지 생겼다. 이는 '1박2일'의 인기를 반증하는 셈이기도 하다.

'1박빠'가 있기도 하지만 '1박2일'은 역대 어느 예능 프로그램과도 비교할 수 없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여행이라는 컨셉트로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녹화 현장에서 시청자들과 자주 스킨십을 갖는 것은 기본이고 '시청자 투어' 등 대형 이벤트를 통해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 '1박2일'의 시한부 선고에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1박2일' 여배우 특집 편.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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