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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결방 사태 '스파이명월', 어쩌다 이 지경까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08-15 13:16 | 최종수정 2011-08-15 15:29


KBS2 '스파이 명월'이 한예슬의 촬영 거부로 결방 사태에 이르렀다. 사진제공=이김프로덕션

KBS2 월화극 '스파이 명월'이 주연배우 한예슬의 촬영 거부로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한예슬은 14일 촬영에 이어 방송 당일인 15일 촬영도 거부했다. 에릭 이진욱 조형기 유지인 등 다른 배우들은 한예슬과 같이 등장하는 촬영분만 남겨둔 채 대기했지만, 결국 15일 방송은 무산됐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닌, 주연배우의 촬영 거부로 결방 사태가 빚어진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를 두고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지고야 말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고된 '참사'라는 것이다.

'스파이 명월'은 방송 전부터 잡음에 시달렸다. 한예슬이 캐스팅 직후 뺑소니 사고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게 시작이었다. 경찰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한예슬의 귀환은 빛이 바랬고,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에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한예슬 에릭 이진욱 등 화려한 캐스팅과 KBS 드라마극본 공모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알맹이가 허술했기 때문. 개연성 없는 내용 전개와 흐름을 끊는 편집, 미숙한 연출력,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등 드라마의 완성도와 관련한 문제 중 어느 하나 비난의 화살에서 빗겨가는 게 없었다. 첫 회 기록한 시청률 9.6%(AGB닐슨)가 자체 최고시청률일 정도로 '스파이 명월'은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았다.

이런 상황 속에 촬영장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시작부터 쏟아진 포화에 제작진과 출연진은 크게 당황했고, 회가 거듭되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관계자들조차 '이 작품이 어서 끝나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게다가 현장의 잡음도 밖으로 '자주' 새어나왔다. 특히 한예슬은 주 5일 촬영 요구와 잦은 지각 등으로 구설의 중심에 놓였다. 무리한 스케줄에 대한 불만과 그로 인한 피로 호소는 출연자 입장에선 있을 수 있는 문제 제기임에도 안팎으로 예민해진 분위기가 문제를 크게 키운 상황이었다. 결국 누적된 갈등은 시한폭탄처럼 폭발했고, 한예슬은 연출자 교체를 요구하며 촬영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미봉책으로 수습하고 넘어가는 것도 한계에 달한 것이다.

게다가 에릭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 트위터리안과 종교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모든 촬영장엔 갈등이 존재한다. 그래도 '완주'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악전고투한다. 그러다 종방연 불참 등의 형태로 종영 후에서야 갈등이 밖으로 불거져 나오곤 한다. '스파이 명월'처럼 드라마가 한창 달려가야 할 중반에 터져나온 경우는 흔치 않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스파이 명월'은 이미 2회 연장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후속으로 준비 중인 '포세이돈'의 제작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다. 현재로선 2회 연장은 커녕 무사히 종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악의 경우, '포세이돈'이 중도 좌초한 '스파이 명월' 때문에 방송이 앞당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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