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예능 프로그램이 전체적으로 수렁에 빠졌다. 늘 똑같은 포맷에, 똑같은 연예인이 등장하는 일요 예능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끼고 있는 것. 이제 일요 예능도 새롭게 변화해야 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팀 기자 12명(중복투표)이 가장 변화가 필요한 일요 예능을 선정하고 바뀌어야 할 부분에 대해 긴급 제언했다. 이 과정에서 MBC '집드림'과 KBS2 '1박2일',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가장 변화가 시급한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반면 한 표도 얻지 못한(?) KBS2 '남자의 자격'과 SBS '런닝맨'은 그 진정성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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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참가자들의 운명을 가리는 비장한 순간, 실소를 자아내는 수준의 퀴즈가 등장한다. 외국 한 가정의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무엇인지, 어떤 축구 선수를 좋아하는지 맞히라고 한다. 수준 이하의 퀴즈는 참가자들의 절박함과 대비되면서 묘한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참가 가족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출연한 개그맨들조차 "찍어야 한다"며 '하나마나 한' 조언을 할 뿐이다.
첫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엔 '무주택 가정의 간절한 꿈을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는 비난 의견이 빗발쳤다. 무주택 가정의 절박함을 담보로 걸고 시시껄렁한 게임을 펼치는 모습이 불편해 보인다는 것.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시청률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 10일 6.5%(AGB닐슨)로 첫 테이프를 끊은 '집드림'의 시청률은 4.4%(17일), 3.6%(24일)로 곤두박질 쳤다.
"집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던 '집드림'이 좌절감만 안겨주고 있다. 현재 상태로는 어떠한 대안이 제시된다 해도 회생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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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 2위 '1박2일', 언제까지 대중성에 기댈 것인가?(6표)
'1박2일'은 난공불락을 자랑한다. 지상파 3사가 사활을 걸고 출혈경쟁을 벌이는 일요일 예능 부문에서 4년째 방송을 이어가며 '국민 예능'이라는 칭호까지 얻고 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장수 코너로서 딜레마에 빠진 듯 보인다. "재미있긴 한데 뭔가 예전만 못하다" "동시간대에 달리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만날 자기들끼리 게임하고 먹고 자고 똑같은 패턴으로 식상해졌다" 등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평균 시청률 30%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을 볼 때 '1박2일'은 이미 '대중성'에 기댄 코너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 전진국 KBS 예능국장도 "더 이상 복불복 게임 하나로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제작진도 이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1박2일'이 다시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멤버들의 스토리가 보강돼야 한다. 김C와 MC몽 하차 후 새롭게 진용이 갖춰졌지만 캐릭터와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 놀이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 멤버 충원이라는 강수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인위적인 장치를 더욱 개발해야 한다. '복불복의 재발견'은 이미 오래 전 얘기다. 원초적인 리액션을 넘어 지능적인 구성을 선보여야 할 때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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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 3위 '나가수', 한계에 부딪혔나?(5표)
변화가 필요한 일요 예능 3위에 '나가수'가 꼽혔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예능 중 최고의 화제성을 가진 프로그램이 바로 '나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가수'에 대한 출연 가수들이나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것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나가수'는 가수들에게나 시청자들에게는 늘 극한의 감정을 요구한다. 가수들은 늘 최고의 무대를 선사해야 한다. 체력으로나 정신력으로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가수들이 피로감과 아이템의 한계를 호소하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감정은 점점 무뎌져 가고 있다. 이로 인해 방송 관계자들은 '나가수'의 임팩트가 떨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방송 후 음원 사이트 순위를 점령했던 '나가수'의 음원들이 최근에는 차트에 한두 곡만 포함되고 있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가수들이 '나가수'로 인해 자신의 앨범 활동에 집중할 수 없다는 점도 자주 지적돼 왔다.
제작진이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도현이나 김범수, 박정현과 같은 '나가수'의 원년 멤버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마땅히 '명예졸업'할 자격이 있는 가수들이다.
'나가수'에게 가장 필요한 건 포맷의 변화다. 단지 출연 가수들만 바꾼 채 포맷은 그대로 유지한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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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나이 마흔 둘. '아저씨' 혹은 '중년 남성'이라 불리는 이들에게도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꿈과 목표가 있다. 일곱 명의 아저씨들은 24시간 금연, 동영상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 자격증 따기, 유기견 돌보기, 배낭여행 등의 소소한 미션에 도전하며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전했다. 그리고 지난 해 전국에 합창 열기를 불러일으킨 '남격 합창단'은 이번에 '청춘 합창단'으로 한 단계 성장하고 발전했다. 멤버들은 기꺼이 '막내'의 자리로 물러났고, 감동과 웃음은 참가자들의 몫으로 돌렸다. 이 사랑스러운 아저씨들, 그리고 '남자의 자격'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이유다.
'남자의 자격'이 성장한다면 '런닝맨'은 진화한다. 박물관, 미술관, 공항, 시장, 찜질방, 기차역 등 매번 장소를 옮겨다니며 장소의 특성과 결합된 신선한 미션을 선보인다. 기업체에선 A4 종이 박스로 역기를 만들어 대결하고, 광고회사에선 아이디어 넘치는 회식 컨셉트로 두뇌싸움을 벌인다. 박물관에선 보물 찾기, 악기 전문 낙원상가에선 월드뮤직 따라부르기를 했다. 몸으로 뛰며 흘린 '런닝맨'의 땀방울은 시청자들에게 정직하고 시원한 웃음을 전하며 예능의 본질이 무엇인지 새삼 보여주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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