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에 대한 무리한 집착이 씁쓸한 이유는?

김정태(왼쪽),효민,스포츠조선DB.

아무리 '명품 조연'이라 손가락을 치켜세워도 스타는 언제나 주연이 되고 싶은가보다. 최근 MBC 새 드라마의 캐스팅 보도가 방송 관계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명품 조연으로 손꼽혔던 김정태가 12년 만에 주연 배우로 발탁됐다고 밝혀 화제가 된 것. 제작사 측에 따르면, 김정태가 MBC '지고는 못살아'에서 극 중 주인공 연형우(윤상현)의 대학동창 고기찬으로 등장한다. 사법고시에 도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아내 김영주(조미령)와 속도위반으로 결혼한다.

극중 캐릭터 설명만 들어도 주인공 친구 역할, 즉 조연이다. 하지만 소속사 측에서는 "주연 배우"라고 발표했다. 이에 MBC와 제작사 측에서는 "주연은 아닌데…"라며 난색을 표했다. 한 관계자는 "'지고는 못살아'는 최지우와 윤상현이 주인공인 투톱 드라마"라며 "김자옥 박원숙 김정태 조미령의 분량이 다 비슷하다"고 밝혔다.

그룹 티아라의 효민 역시 마찬가지다.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대하사극 '계백'에서 효민이 여주인공을 꿰찼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계백'의 여주인공은 은고(송지효)와 사택비(오연수)다. 홈페이지에서 인물 설명을 참고하면, 효민이 맡은 초영은 은고의 측근으로 설명돼 있을 뿐이다.

이처럼 조연을 주연으로 둔갑시키는 소속사 측의 무리한 주장은 자칫 팬들에게 괜한 오해를 살 수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드라마에서 주연이 조연에 비해 분량도 많고, 주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조연인데 주연으로 잘못 알려지면, 조연의 역할에만 충실하기 힘들다. 팬들의 역성 또한 무시 못한다. 극성 팬들로 인한 무리한 설정이 개입되는 순간, 더이상 드라마의 완성도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주연이라고 발표가 난 이상 분량을 조금 수정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괜히 항의 전화라도 올까봐 걱정이 된다"고 울상지었다.

지난 2008년 방송된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주연은 '강마에' 김명민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강마에' 캐릭터를 존재하게 만드는 데는 '똥덩어리' 송옥숙, '캬바레' 박철민, '노장' 이순재 등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MBC '선덕여왕'에서도 '미실' 고현정을 빛나게 했던 것 역시 주변 배우들이었다. '비담' 김남길, '칠숙' 안길강, '설원' 전노민이 그녀를 든든히 받쳐줬기에 가능했던 것 아닐까. 최근 종영한 MBC '미스 리플리'에서 주연과 조연의 비중이 뒤바뀌면서 용두사미의 이야기로 전락했던 점을 교훈삼아야겠다.
김겨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