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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지전'의 빛나는 신인 이제훈 "알고 보니 주연'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07-18 11:31


전쟁 블록버스터 '고지전'에서 신하균과 고수에 맞먹는 비중을 차지한 행운의 신인 이제훈.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알고 보니 '주연'이었다.

배우 이제훈은 '파수꾼'이 1만을 넘어 2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도 자신이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독립영화계의 '흥행 파워'에서 100억대 블록버스터의 주연급 스타로 단번에 주목받게 됐다.

'고지전'이 시사회를 통해 공개되기 전 만난 이제훈은 신인다운 공손함이 가득한 청년이었다. 생갭다 체구가 작고 가냘찼다. '고지전' 속 신일영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일상에선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는 "원래 이렇게 초췌하지 않았는데…"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고지전'에서 죽을 고생(웃음)을 하며 촬영을 끝냈는데, 그 뒤 바로 '파수꾼'이 개봉됐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일정이 많다 보니까 힘들었나봐요. 또 최근에 약간 아프기도 했고요. 다음에 뵐 땐 더 건장하게 몸을 키운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작은 체구지만 '고지전' 스크린에서 그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크다. 그가 맡은 신일영은 영화 속 '악어중대'의 대장으로, 투톱 주연 신하균과 고수에 맞먹는 비중을 차지한다. 약관의 나이로 연상의 부하들에게 전투 의욕을 불어넣고, 마지막 고지 전투까지 이들을 이끈다. 여성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처럼 멋진 상의 탈의 장면도 꽤 나온다.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걸 전부 다 보여드린다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3~4개월을 기다려서 따낸 배역이에요. 신인으로서 힘든 기다림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신일영 역이 제 것이 되기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어요. 그런 과정이 없이 결정됐으면 오히려 신일영 역을 소화하기 어려웠을 듯해요."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을 성공시키며 남자 배우 보는 눈을 입증한 장훈 감독은 처음 말이 나온 뒤 이제훈을 발탁하기까지 3~4개월 동안 미팅과 오디션을 가진 끝에 최종 결정을 했다. 그런 만큼 이제훈에 대해 "이 정도 외모에 연기까지 되는 젊은 배우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이제훈이 배우가 되기까지도 지난한 시간이 있었다. "저를 아는 분들은 정말 방정맞고 촐싹거리던 제가 이렇게 점잖아질 줄 몰랐다고 말씀하세요.(웃음) 정말 극성스럽고 어지러운 아이였어요. 어른들 앞에서 노래나 춤을 선보이는 걸 좋아했죠. 초중고 학창시절에도 '빼는' 거라고는 모르는, 늘 먼저 나서서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였어요. 그런 성격을 못 버리고 결국 여기까지 왔네요."

생명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처음에는 '안 되면 다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너무 연기가 좋아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집안의 반대가 컸지만, 한 사람이라도 제 연기를 보고 좋아해 주는 이들이 있어서 희열을 느꼈어요. 지금도 팬레터를 받거나 격려하는 메시지가 오면 정말 신기해요." '고지전'을 끝낸 지금은 제 나이에 맞는 배역을 해 보는 게 소박한 바람이다. 1984년생, 2대 후반이지만 '파수꾼'에선 고교생, '고지전'에선 스무 살로 나온다. "어머니도, 누나도 많이 동안이세요. 그래서 그런지 늘 어려 보이는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서른 살 정도의 깊이가 묻어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이제훈은 배우가 되기까지, 또 '고지전' 출연이 결정될 때까지 긴 기다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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