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스파이 명월' "신선한 소재를 엉성하게 풀어놓았군요"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07-12 10:37


'스파이 명월' 방송화면 캡처

"신선한 소재를 엉성하게 풀어놓았군요."

11일 첫선을 보인 KBS2 월화극 '스파이 명월'은 '빈수레가 요란하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 그대로 였다.

미녀 배우 한예슬이 특공 무술을 선보이고, 아이돌 출신 배우 에릭이 한류스타로 변신해 무대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어설픈 전개가 드라마의 퀄리티를 떨어뜨렸다.

드라마는 북한의 미녀간첩 한명월(한예슬)이 남한의 한류스타 강우(에릭)를 만나게 되는 상황을 풀어놓으면서 시작됐다.

한명월은 북한 내 불고 있는 남한 드라마 열풍을 단속하는 이른바 한류단속반 소속으로 강우를 좋아하는 고위층 자녀의 비밀 경호를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다가 공연차 이곳을 방문한 강우와 대면하게 된다.

강우의 사인을 받기 위해 그를 추격하다 그만 고국의 비밀 작전을 방해한 사실을 알게 된 명월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남한으로 밀입국하면서 강우와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당초 북한의 고정간첩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컸으나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되레 소재의 신선함을 장점으로 꼽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간첩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평을 쏟아내는 시청자들도 있어 남남북녀의 로맨스를 국민정서를 해치치 않는 선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가 숙제로 남게 됐다.


첫 방송을 통해 노출된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스토리의 엉성함이다.

강우의 콘서트와 춤 연습 장면, 명월이 사인을 받기 위해 강우를 쫓아다니는 장면 등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드라마는 스피디한 전개를 아예 포기한 듯 보였다.

명월이 강우를 쫓는 추격전 역시 긴장감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며 흥분을 한다거나 상대를 자극할 만한 대사로 눈길을 끌지도 못했다.

볼거리에만 치중한 어설픈 전개로 첫 회에서 강한 임팩트를 주기는 커녕 늘어지는 느낌으로 시청자들의 기대심리를 꺾어놓았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현대판 스파이여서 북한 사투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정 때문에 한예슬은 남북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동떨어진 '나 홀로 연기'를 선보이는 듯했다. 에릭 역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여전히 부족한 연기력으로 실망감을 안겼다.

조형기를 비롯한 조연들이 감칠맛 나는 연기로 극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이 역시도 '심각한 주연과 웃기는 조연'이라는 불균형을 초래해 장르의 정체성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이래저래 '스파이 명월'의 성공 전망은 오리무중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