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앞에는 엄중한 접근 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었다. 시대의 정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법. 내숭이 미덕인 시대는 기울고 있다. 방송에서 허용되는 야한 농담의 경계도 나날이 그 영토를 확장하는 양상. TV를 켜면 시청률과 인기 검색어의 유혹을 거부하지 못한 수많은 방송인들이 혀의 성찬을 벌인다. 섹스라는 금단의 표적을 뚫는 방법은 여러 가지.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추잡하게 금단의 열매를 따 먹는 언어의 마술사들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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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의 아들을 갖고 싶다." ('강심장' 출연자 이지혜가 이승기와 같은 아들을 갖고 싶다고 하자 이를 강호동이 받아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최근 '2011년 5월 지상파 심야 오락 프로그램 언어 실태'를 조사하며 지적한 선정적 표현의 사례들이다. '해피투게더'나 '강심장'뿐만 아니라 '세바퀴' '야행성' '뜨거운 형제들' '안녕하세요' 등도 야한 농담이 자주 등장한 프로그램이다. 심의위원회 측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이와 같은 표현이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로 쓰인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들 프로그램이 15세 이상 시청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며 많은 청소년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임을 고려할 때 방송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색언이 쓰이는 건 예능만이 아니다. 드라마 작가들도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은근한 색언을 즐긴다. MBC '최고의 사랑'과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작가 홍자매는 깜찍하고 순박한 색언의 세계를 창조했다. MBC <파스타>(극본 서숙향)에선 레스토랑 사장 김산(알렉스)이 "당신의 요리는 섹스보다 맛있다"는 대사를 읊조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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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의 이런 이미지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 "방송에 쓰일 때는 선을 넘지 않는 상태에서 줄타기 같은 묘미를 만끽하면서 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선정적이거나 불쾌하지 않은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트 있는 색언과 1차원적 음담패설을 구분 짓는 경계는 모호하다. 심의위원회 관계자도 "(실무적으로 봤을 때) 심의 규정이라는 게 모든 걸 다 담을 수는 없다. 어떤 단어는 되고 어떤 건 안 되고를 세부적으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다분히 포괄적이다. 방송 내용을 보면서 심의위원들의 토론을 통해 제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색언의 적당한 수위를 벗어나면 한순간에 전 국민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하는 범법자가 될 수 있다. 전국의 시청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안길 정도의 무모한 용기를 갖고 있는 사람에겐 이렇게 충고하고 싶다. 그 고상한 용기는 주체할 수 없이 나불대는 입을 제압할 때 쓰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 거라고.
권영한 기자 champano@sportschosun.com
※'색언'이란?
방송 출연자들이 말하는 야한 농담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는 섹시 애드리브(sexy-ad-lib)를 줄인 '섹드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는 '섹드립'이라는 표현에 대해 "대치어가 없는 용어일 뿐더러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견을 밝혔다. 따라서 기사에서는 임의로 색언(色言)으로 표기했다. 본문에 인용한 연예인의 발언 중 '섹드립'이라고 표현된 부분도 색언으로 바꿔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