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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을 전후로 본격 태동한 한국e스포츠는 지나온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준비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5월 SK텔레콤 김준호 GMS 사장을 제4기 협회장으로 맞으며 e스포츠의 중흥을 다시 한번 꾀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서 김 협회장은 "e스포츠를 생활 스포츠로 뿌리내리는 동시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스포츠 콘텐츠를 세계화 시켜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스포츠의 생활화와 세계화
지난 10년간 e스포츠는 청소년들의 대표적인 인기 콘텐츠로 성장했지만, 대한체육회 가맹단체로서의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생활 스포츠로 발전하지 못하고, 아이나 청소년들만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10여년전 e스포츠의 태동을 함께 했던 청소년들이 이제 30대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e스포츠의 외연은 넓어지고 있다. 김 협회장은 "이제 사회 핵심층도 e스포츠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시기가 됐다"며 "3년 임기 내에 전국 시도지부를 11개 이상 구성, 정식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로 발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표적인 스타크래프트 단체전인 '신한은행 프로리그'가 e스포츠 성지로 불리는 부산 광안리에서 벗어나 8월6일 중국 상하이에서 결승전을 갖는다. 직접 관전하기 힘든 국내 e스포츠 팬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지는 것은 사실. 이에 김 협회장은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e스포츠는 국제적으로도 인기가 높은 문화 콘텐츠임에도 불구, 그동안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프로리그 결승전으로 해외팬을 늘리는 동시에 종주국으로서의 위상과 역할 강화, e스포츠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내팬들의 이해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종목 다변화의 필요성
스타크래프트 지적재산권 분쟁을 거치며 e스포츠 종목의 업그레이드와 다변화, 국산 종목의 확대 등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실해졌다.
우선 프로리그나 스타리그 등을 계속 유지시켜 나가기 위해 스타크래프트1 종목을 스타크래프트2로 치환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대두되고 있다. 김 협회장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한국 e스포츠나 블리자드 모두 나름의 이익을 얻었다"며 "블리자드로부터 더 많은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내면서 양측 모두가 발전하는 방안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종목의 확대에 대해서도 "'스페셜포스2'가 런칭되는 등 좋은 종목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 게임 개발사가 좋은 게임을 만들고 e스포츠 종목으로의 성장을 통해 팬층을 넓히는 방향으로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건전한 e스포츠 환경조성
협회 4기의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는 기업들이 게임단을 운영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일이다.
지난해 e스포츠는 내홍을 겪으며 2개팀이 사라지는 위기를 맞았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해체되는 팀이 또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관련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과거 해체 위기 게임단을 지원해 새로운 인수기업을 영입한 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게임단을 운영하거나 스폰서를 하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가 분명 높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스포츠의 근원을 흔들었던 승부조작에 대한 의혹이 최근 다시 제기되는가 하면, e스포츠 주체들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3기의 대표적인 실패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4기에 대한 기대가 큰 동시에 과제도 산적해 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김 협회장은 "신뢰가 깨지면서 한국 e스포츠는 큰 위기를 겪었다. 관계자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e스포츠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