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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는 지금까지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등 다섯 편의 소설을 출간했다. 그는 도입부에서 "앞으로도 50년 동안 훨씬 많은 책을 써 내려갈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어 언어학, 기호학, 철학, 역사학까지 아우르는 그의 지적 탐험의 결과를 유머러스한 문체로 드러낸다.
에코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호메로스, 단테, 톨스토이, 뒤마 등 많은 문인이 쓴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방대한 독서가 주는 지적 즐거움을 소개한다. 또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한 에피소드도 덧붙이면서 독자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에코는 늦은 나이에 소설가가 된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 계기는 열여섯 살 때 충동적으로 다가왔다. "베네딕트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였는데, 나는 회랑을 걷다 들어간 어두운 장서관에서 독서대 위에 펼쳐진 '성인전'을 발견했다. 그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을 훑어보면서 나를 둘러싼 깊은 적막과 스테인드글라스 창으로 스며든 몇 가닥 빛줄기에 나는 일종의 전율을 느꼈던 것 같다. 30여 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 그 전율은 내 무의식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31쪽)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야구 경기를 보다가 외야에서 날아오는 하얀 공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일화만큼 눈길을 끈다.
2장에서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에코는 "나는 어떤 학문에 대한 책이건 일종의 추리소설, 즉 어떤 종류의 성배를 찾는 탐구 보고서처럼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주장한다. 다른 장에서는 안나 카레리나, 햄릿, 몬테크리스토 백작, 베르테르 등 소설 속 주인공들이 가진 힘에 대해 서술한다.
에코는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으로서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젊은 소설가의 고백'은 에코의 말대로 조용한 방에서 홀로 읽으며 지적 즐거움에 빠질 수 있는 책이다. 임정식 기자 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