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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컷] 먹다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지, 임성한표 요리열전

이다정 기자

기사입력 2011-07-06 11:21 | 최종수정 2011-07-06 11:22


임성한의 드라마는 죽어서도 음식을 남긴다. SBS '신기생뎐' 속 단사란(임수향)은 아다모(성훈)와 결혼 후 시아버지 아수라(임혁)의 환심을 잡고자 매 회 건강 요리와 함께 친절하기 그지없는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9년 전 MBC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 역시 음식 손질부터 조리법까지 미주알고주알 시어머니를 가르쳤다. 매 작품에서 요리 소개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한 임성한 작가. '신기생뎐'을 비롯해 전작에서 선보인 임 작가의 특출한 요리 세계와, 각 요리에 대한 전문가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호텔외식급식경영전공) 이범준 교수의 평을 받아봤다.


사진 캡처=SBS
1. 삶은 브로콜리와 고구마, 호두, 올리브유에 볶은 토마토('신기생뎐' 6월 12일 방송): "브로콜리는 칼슘과 철분, 마그네슘과 비타민 B, C가 풍부한 항암식품이이고, 고구마는 섬유질이 풍부해 장 활동에 좋아요. 호두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을 없애주고 노화방지는 물론 신장과 폐에 좋아요. 토마토는 붉은 라이코펜 성분이 항암과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날로 먹는 것 보다 올리브유에 익히면 효과가 높기 때문에 살짝 볶았어요."

전문가 평: 영양이 좋은 대표 슈퍼푸드에 컬러푸드의 개념까지 더한 좋은 식단. 단 단백질이 결여되어 있어 닭가슴살 등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이 다소 심심한 감이 있으므로 브로콜리를 오일 베이스 드레싱의 샐러드로 만든다면 풍미를 더할 수 있다.


사진 캡처=SBS
2. 토란국과 고등어 무조림, 미나리 낙지('신기생뎐' 6월 25일 방송): "토란은 미끌거리는 식감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알칼리 식품이라 먹어 버릇하면 좋아요. 고등어는 산성식품이라 무와 같이 먹으면 좋고, 산성인 낙지도 알칼리성인 미나리와 같이 요리했어요. 서양식으로 빵과 버터, 스테이크, 커피 등을 매일 먹는다면 온통 산성 식품으로 먹는 거예요. 그래서 매일 저녁 야채즙을 갈아드리는 거고요."

전문가 평: 건강한 사람의 몸은 pH 7.44 정도의 약 알칼리성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때 혈액순환, 호르몬 기능, 면역력 등이 원활히 가동된다. 이중 알칼리가 과도하면 장에서 배설이 되기 때문에 해가 적으나, 산성으로 치우친다면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성인병 발생의 원인이 된다. 다만 대사 중 한식만을 고집해야 한다는 뉘앙스는 어폐가 있다. 서양식을 먹을 때에도 스테이크와 함께 더운 야채와 와인 한 잔, 후식으로는 케이크 대신 신선한 계절과일로 마무리하면 된다.


사진 캡처=SBS
3. 곤드레나물밥과 연어구이, 매실절임, 코티지 치즈를 얹은 바나나('신기생뎐' 6월 26일 방송): "곤드레나물밥은 양념장을 얹어서 먹고, 연어는 산성이라 알칼리성 매실절임과 함께 먹으면 궁합이 맞고 개운해요. 매실은 몸의 독을 제거해 피를 맑게 하고 칼슘도 많아요. 일반 치즈는 염도도 높고 산성식품인 반면, 제가 직접 만든 코티지 치즈는 알칼리성이고 바나나도 알칼리성이라 식단의 균형이 맞아요. 한 끼 드시면 한 번에 500g은 감량할 수 있으실 거예요."

전문가 평: 연어는 혈관 질환과 성인병 등을 예방해주는 생선이며, 매실절임은 노폐물 제거를 돕기 때문에 두 음식을 함께 섭취함이 바람직하다. 다만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매실절임 등의 섭취로 수분을 배출해 단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는 있으나, 영약학적으로는 '한 끼에 500g 감량'을 지방 분해보다 수분 손실로 본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식단 구성을 통한 음식 섭취와 운동이 병행되어야 바람직하다.


사진 캡처=SBS
4. 빠른 시간 맛내는 김치찌개('신기생뎐' 6월 11일 방송): "30분 끓였어요. 적당히 무른 김치찌개를 만들려고 먼저 애벌 끓여놨어요." 2002년 '인어아가씨' 속 '4시간 조리법'에서 3시간 30분이나 줄어든 혁신적인 요리 비법.


전문가 평: 임성한 표 김치찌개의 종결편이라 할 수 있는 레시피. 푹 무른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김치찌개는 보통 오래 끓인 것이 맛있다. 그런데 모든 김치찌개를 무조건 오래 끓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꽁치나 참치를 넣은 김치찌개의 경우는 너무 오래 끓이면 생선살이 부서지므로 끓기 시작한 후 20분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 극중에서는 애벌 끓여 냉동을 해두었는데, 급속냉동과 해동이 반복되며 배추의 섬유질 조직이 끊어져 배추의 식감을 무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럴 경우에는 다른 재료 없이 육수에 김치만 넣고 끓여 냉동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부 같은 재료는 냉동했다 해동하게 되면 구멍이 숭숭 생겨 좋지 않다.


사진 캡처=KBS
5. 탕탕 낙지(2005년 '하늘이시여'): 왕모(이태곤)가 부인인 자경(윤정희)에게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러 가자"며 소개한 음식. 어린 산낙지를 탕탕 쳐서 참기름과 계란 노른자, 깨, 간장 등과 함께 밥에 비벼먹는 목포의 음식. 왕모는 "먹다 보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고 표현했으며, 올 초 KBS2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이승기가 요리의 '때깔'만 보고 정신을 놓기도.

전문가 평: 낙지는 바다 속 대표 스태미나 음식으로 각종 무기질, 비타민 B2, 양질의 단백질과 대표 강장제인 타우린을 함유하고 있다. 영양부족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소에게 낙지 서너 마리만 먹이면 거뜬히 일어난다고 할 정도로 효능이 익히 알려져 있다. 여기에 계란 노른자는 비타민E가 풍부하고 과산화지방의 생성을 방지해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고, 레시틴 성분은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낮춘다. 요리 자체로 좋은 보양식이다.

6. 딸기 손질법(2002년 '인어아가씨'): 요리천재 아리영의 딸기 손질 비법. 딸기에 농약 성분이 묻어 있을지 모르므로 흐르는 물에 딸기 씨를 칫솔로 문질러 씻는다. 실제 임성한 작가의 경험담으로, 훗날 인터뷰에서 그는 "딸기를 씻다 보면 오톨도톨한 사이마다 허연 게 끼어있는데 흐르는 물에 미세모 칫솔로 살살 문질렀더니 딸기도 안 상하고 깨끗하게 씻겨서 그런 의미로 (대본에) 썼다"고 밝혔지만, 당시 딸기재배농가와 주부들의 항의가 상당했다.

전문가 평: 딸기는 표면적이 넓어 농약 흡수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손으로 비벼서 씻기 힘든 과일이라 농약 제거가 어려운 편. 이러한 이유로 미세모 칫솔 이야기가 나온 듯 하다. 그러나 미세모라고 하더라도 표면이 상하지 않도록 딸기를 닦는 것은 쉽지 않다. 농약은 주로 염기성 물질이므로 산성인 식초물에 2~3분 정도 담궈 중화시킨 후 흐르는 물에 5~6번 정도 씻어낸다. 농약이 많이 잔류하는 꼭지 부분은 떼어낸 후 깨끗하게 세척한다. 유기농 딸기라면 흐르는 물에 몇 번 닦으면 되고 그래도 찜찜하다면 소금물로 살균을 해준다.


사진 캡처=SBS
#임성한표 요리에 대한 전문가 총평: 데뷔작인 1998년 '보고 또 보고'를 비롯해 2006년 '하늘이시여'까지 임 작가는 '고급스러운 신메뉴'를 시청자들에게 주로 소개했다. 그러나 2009년 '보석비빔밥'에서 치매 환자를 다루면서부터 점차 건강조리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방송 중인 '신기생뎐'에서는 단품 요리가 아닌 영양에 균형이 잡힌 식단이 등장하기 시작해 흥미롭다.

1990년대 소개한 조랭이 떡국('보고 또 보고')이 왜 2011년에 와서는 브로콜리이고 토마토일까? 그건 부자들의 식습관이 실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부자들은 심신의 건강과 장수 등 이너 뷰티(inner beauty)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회의 변화와 작가의 '부자'에 대한 동경이 음식을 통해 투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신기생뎐'에서 인상 깊었던 대사는 "음식은 한 가지만 계속 먹으면 안 되고 돌려가며 먹어야 한다"던 단사란의 말이다. 평소 자신의 몸을 잘 보살피고 균형 있는 상태로 유지하면서, 몸이 뭘 먹고 싶은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다정 기자 anbi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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