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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의 호랑이' 임재범이 돌아왔다.
임재범은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지난달 16일 급성 맹장염 수술을 받으며 프로그램에서 아쉽게 퇴장해야 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25일과 26일, 임재범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으로 꼽히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다시 깨어난 거인-2011 임재범 전국 투어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공연을 열었다.
'나가수' 감동 뛰어넘다
임재범은 '나가수'를 통해 새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번 공연의 시작과 끝은 '나가수'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마치 권투선수가 링에 오르듯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천천히 무대로 걸어나온 임재범은 '나가수'에서 폭풍 찬사를 받았던 남진의 '빈잔'으로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수술 직후 방송을 통해 보여진 다소 야윈 모습과 달리 임재범은 완전히 건강을 찾은 듯 눈빛이 살아있었다.
이어 드라마 '추노'의 OST곡 '낙인', 이소라가 '나가수'에서 불러 화제가 된 '주먹이 운다' 등 최근 화제곡들을 잇따라 선사했다.
150여분간 지속된 공연의 마지막 노래는 '여러분'이었다. 30여명의 합창단이 마지막에 깜짝 등장해 객석들에게 무한 감동을 선사하는 동안 임재범은 처음처럼 그렇게 느리게 무대에서 사라졌다.
개그본능 작렬. 이주일부터 이대근까지
임재범의 공연을 처음 본 사람들이 가장 놀란 부분은 그의 개그 본능이었다. 평소 거칠고 무거워 보이던 이미지와 달리 임재범은 공연 중간중간 멘트를 하는 부분에서 기대치 않았던 성대모사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임재범이 성대모사를 시도한 연예인은 김흥국, 최민수, 이대근, 이덕화, 이주일, 로버트 드 니로 등이었다. 특히 고 이주일과 이덕화의 전화 대화를 성대모사하자 객석에선 한동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재치있는 입담도 공연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초대가수 차지연을 소개할 때는 "차범근, 차두리와는 관련이 없어요"라고 말했고, '나가수' 시절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 "얼마나 강하면 맹장이 터졌겠느냐"며 웃었다.
50대 로커 임재범, 상반신 노출 감행
'너를 위해' '비상' '고해' '사랑보다 더 깊은 상처' 등 감수성 깊은 노래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임재범은 솔로 변신 이전 그룹 시나위, 아시아나 등의 멤버였다.
공연 2부의 시작은 록밴드 디아블로와 함께 했다.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주던 고뇌하는 모습과 달리 로커 임재범은 무대를 휘어잡는 한마리 호랑이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임재범은 과감히 상의를 벗어던져 여성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1963년 생인 임재범은 올해 한국 나이로 쉰. 요즘 젊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같은 식스팩은 없지만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균형잡힌 몸매를 과시했다. 3곡의 록 공연이 끝난 뒤 임재범은 "한국 록 밴드들이 힘들게 지내고 있는데 이들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며 큰 형 다운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암표가 나돌 정도로 대박을 낳은 임재범 콘서트는 이번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12월말까지 전국을 돌며 계속된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