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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결혼이 무서워요."
영화 '마마'에선 일찍 결혼한 아이엄마, '굿바이 보이'에선 반항적인 여고생. 같은 시기에 개봉한 두 영화에서 180도 다른 역할이었다. 이제 충무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우가 된 류현경은 부모에게 반발하는 모습만은 같았던 두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냈다. 영화에서 벗어나 본연의 발랄한 모습으로 돌아온, 애엄마 역할은 했지만 결혼은 아직 두렵다는 류현경을 만났다.
'마마'의 류현경은 너무 대단한 엄마를 둔 탓에 평생 그에 반발하면서도 기죽어 살아온 딸이다. '굿바이 보이'에선 더 심각하다. 돈만 축내는 집안의 사고뭉치 아버지가 문제다. 류현경은 "아빠가 나가 죽어도 아무 상관없다"고 앙칼지게 외치는 여고생 딸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아무리 잘 자란 자식이라도 다 트라우마가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서 언니한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불만이 많았어요. 특히 아버지한테 사랑을 많이 못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마마'의 우리 엄마(전수경)가 꼭 아빠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딸이 아역배우라면 부모님의 관심이 쏠리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천만에요, 보통 그렇긴 한데 우리 부모님은 너무 쿨하셨어요. 제 영화가 나와도 안 보시고요. 저는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엄마나 아빠가 보고 우실 만한 그런 연기를 하겠다는 오기도 생겼어요. 나름대로 채찍질하시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번에는 어머니를 주제로 한 영화인 만큼 어머니께 영화를 보여드렸다. "엄마가 딱 한 마디 하시는 거예요. '현경아, 머리는 묶는 게 예쁘다'고. 저희 엄마, 정말 쿨하시죠?" 하지만 한때 촬영이 너무 힘들어 울자 어머니도 같이 옆에서 우신 적이 있다고. "그 때 '아, 역시 엄마란 이런 거구나'하고 느꼈어요. '마마'를 보는 분들도 그런 따뜻한 느낌을 가져가시면 좋겠어요."
36살 넘어서 결혼?
여고생까지 소화 가능한 류현경이지만 벌써 20대 후반이다. '마마'에서처럼 일찍 결혼했다면 학부모도 되었을 수 있는 나이. 하지만 "이러다가 결혼 못 하는 게 아닐까"라며 한숨을 쉰다. "옛날에 제가 27살에는 결혼한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더라고요. 대체 왜 그랬는지…." 류현경은 '항상 설레지 않고 조금이라도 변하면 너무 슬퍼서' 사랑을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처음엔 그렇게 좋았는데 나중에 변할까봐 결혼이 무서워요. 지금의 소망은 36살까지는 열심히 연기만 하다가 40대 들어설 때쯤 괜찮은 사람을 만나서 룸메이트같은 파트너로 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저한테 '너하고 같이 있을 수 있다면 결혼은 안해도 괜찮아'라며 울면서 매달리면 좋겠어요. 그런 걸 받아주면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농담조로 하는 이야기지만, 류현경은 사랑을 시작하면 너무나 빠져드는 성격 때문에 이런 소망을 갖게 됐다. "잠시 만나보는 건 제 사전에 없어요. 전 정말 제 쪽에서 좋으면 열렬하거든요." 이런 류현경을 놓고 동료 배우들은 내기까지 했다고. "제가 35살 이전에 결혼하면 절친한 배우 오정세씨한테 홈시어터를 사주기로 했어요. 그 후에 하면 제가 사주고요. 이런 식으로 혼수 다 마련한 다음에 시집가려고요." 지난해 말 '쩨쩨한 로맨스'의 인터뷰 당시 외롭다고 하던 류현경은 최근의 변화도 살짝 공개했다. 류현경은 "그 때는 한 3년간 아무도 저 좋다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영화 찍고 두 건 정도 '대시'가 들어오더라고요. 여러 영화 하면서 더 매력적으로 변한 걸까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