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악역 변신'이다해"장미리는 위험할 수 있는 캐릭터"

MBC 제공

천박한 술집 작부 역에서 한순간 교양 넘치는 호텔리어로 변했다. 가슴이 깊게 파인 딱 달라붙는 민망한 패션에서 VVIP 파티에 어울리는 우아한 드레스까지 소화했다. 청년 재벌 2세 송유현(박유천)에게는 청순하고 해맑게, 이혼을 경험한 중년의 장명훈(김승우) 대표에게는 은밀하면서도 섹시하게 유혹한다. 한 인물의 이야기라고 설명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다르다. 그야말로 극적변화다.

불과 6회만에 MBC '미스 리플리'가 보여준 내용이다. 감정선보다 속도를 중시하는 빠른 전개 속에 자칫 허무맹랑한 드라마로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10%대 중반 시청률로 초반 시선몰이에 성공한 이유는 극을 관통하는 장미리의 활약이 컸다.

"세상에 버려져서 악으로 버티는 여자를 그리고 싶었다.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사랑을 못 느껴본 불쌍한 여자가 남자를 유혹해서 이용하는 게 다 인 줄 아는 그런 여자다. 그러다가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진정한 사랑을 배우고 찾아가는 그런 캐릭터다." (이하 '일문일답)

-이다해가 말하는 장미리란. 극 초반 내가 그리는 장미리는 얄밉다기 보다 독한 인물이다. 이 여자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캐릭터가 내면에 갈등과 변화의 시간을 겪고, 변해가는 과정을 말이다. 단순히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만 몰두하는 악역이라면 조금 마음이 편했을 것이다. 그냥 나쁜 역할이 아닌, 위험할 수 있는 캐릭터다.

-사실 여배우들이 이 역할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많다. 거짓말에 능수능란하고, 자신의 야망을 위해 친구가 호감을 느끼는 남자까지 가로챈다. 우선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아픔있는 장미리의 역할에 공감이 가더라. 이 아픔을 착함과 순함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모험일 수도 있지만, 재밌다. 예전에 드라마 '불꽃'에서 정혜영 선배님이나 '온 에어'에서 김하늘 선배님같은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장미리가 매력적인 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는 모습만 그려졌다. 장미리가 할 수 있는 1차원적인 행동이다. 자신의 불우한 처지로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장미리가 남자들을 이용해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유혹을 하고, 장미리는 호텔 매니저에서 더 큰 꿈을 가지고 나아간다. 장미리는 사실 몬도 그룹의 이화(최명길)같은 여성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 맞다. 그런 과정에서 장명훈과 송유현과의 관계에서 진정성을 찾아야한다고 본다. 그들에게 진심을 느끼면서 죄책감이 생기고, 요즘 이런 생각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장명훈과 송유현에게 양다리를 걸치는 부분은 일부 여성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하더라.'추노'를 촬영할 때 네티즌들에게 공격을 받은 적도 있었는데 두렵지 않는가. 그때는 논란이 많더라.메이크업, 의상, 소품, 가슴이 두근거려 죽는 줄 알았다. 검색어 1위, 2위, 3위가 이다해 메이크업, 의상, 모자이크. 그랬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괴로웠지만, 사랑을 받았으니까 논란도 있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이다해가 MBC'미스 리플리'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그래도 예쁘니까 '추노'나 '미스 리플리'에서 멋진 남자들이 유혹에 넘어갈 것 아닌가. 장미리를 연기하기 위해 외모적으로 공을 들인 부분이 있는가. 처음에 술집 작부 역에서는 드라마틱한 느낌을 살리기위해 내가 가발도 직접 고르고, 의상도 오버스럽게 입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외관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못된 역할을 한다고 의상까지 오버스럽게 하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가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남자들을 만날 때 깔끔한 블라우스나 흰 원피스, 그런 여성스러우면서도 발랄한 옷, 그렇게 입어야 남자들이 반하지 않을까. 하하.

-살은 좀 빠진 것 같던데. 이번 드라마 때문에 체중 감량했다. 사실 다이어트 아닌 다이어트인데, 몸으로 마음으로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까 살이 안찌더라. 스타일리스트가 맞는 옷이 없다고 할 정도다. 꼭 맞는 옷이 없어서 옷에 핀을 꽂고, 하하.

-배우들하고 호흡은 어떤가. 김승우 선배님은 너무 재밌다. 마음도 잘 통하고, 말도 통하고, 촬영장에서 수다떠느라 정신이 없다. 유천씨 성격도 유머러스한 면이 있고, 현장에 가는 것이 즐겁다. (강)혜정 언니는 배려심이 정말 많다. '저래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남들을 챙겨주는 사람이라 나한테는 촬영장에서 엄마같은 존재다.

-다른 배우들과 호흡도 잘 맞지만, 특히 드라마 상에서 김정태와의 연기는 소름돋더라. 놀이터에서 장미리의 머리 채를 붙잡고 협박하는 장면은 '미친 연기력'이라고 하더라. 정태 오빠랑 드라마 '불한당' 때 굉장히 친했다. 그때부터 오누이처럼 지내는 사이인데 연기할 때는 맡겨버린다. 함께 촬영하면서 따귀도 맞았는데, 원래 따귀때리는 장면이 없었다. 오빠한테 느낌을 맡기고, 그걸 믿고 몰입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배우인데, 예정에도 없는 따귀를 맞았는데, 기분 나쁘지 않았나. 사실 연기할 때는 아픈 것도 모른다. '컷' 소리가 나고, 오빠가 안아주고, 괜찮냐고 물어주더라. 거울을 봤더니 벌겋게 부어서 얼음 짐찔하고 다음 촬영을 준비했었다. 하하. 오빠의 감정을 믿는다. 오빠 덕분에 그 장면이 살 수 있는데 기분 나쁘고 이런 것 전혀 없다.


김겨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