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애드벌룬] 방송사 '좀도둑과의 전쟁'
기사입력 2000-11-22 10:20
지난해 SBS와 MBC는 보도국과 드라마， 교양국 등에서 일하는 기자와 PD들에게 고급 노트북을 한 대씩 지급했다. 항상 인터넷에 접속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 방송에 활용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두 방송사는 최신형 휴대용 노트북을 대량 구입해 사원들에게 나눠주었다.
SBS는 회사 소유인 반면에 MBC는 사원들에게 공짜로 지급해 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들어 KBS도 뒤늦게 노조원들의 건의를 받고 수백대의 노트북을 구입해 희망자들에게 지급했다.
"회사 재산이므로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요. 분실에 대비해서 보험에 가입해 놓긴 했지만 도둑맞으면 손해보는 건 자신들이잖아요."
KBS의 한 PD는 "노트북이 있어서 편리한 점도 있으나 분실사건이 자주 발생해 늘 어린 애를 데리고 근무하는 것 같다"면서 "그 동안 드라마국에서만 11대가 분실됐다"고 말했다.
"드라마국에 들락거리는 외부인들이 너무나 많아 좀도둑의 얼굴이 큰지 작은지 모르겠다"며 얼굴을 찡그린 K모 PD는 잠시 화장실에 갈 때조차 불안해 볼일을 제대로 못보고 자리에 달려오기 일쑤라고 실토했다.
KBS만이 아니고 MBC， SBS 등 드라마 제작국에서 노트북을 잃어버렸다는 사원들의 하소연이 매일 터져나와 방송사 경비에 뭔가 허점이 있는게 아니냐는 소리도 듣고 있다.
"분실 사건이 자주 일어나 방송사 여기 저기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대요. 보안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설치한 몰카에 얼마전 좀도둑이 하나 잡혔어요."
SBS의 한 간부는 그 좀도둑은 방송사 직원이 아니고 FD였다고 하면서 "글쎄 그 녀석이 타고 다닌 승용차가 무엇이었을 것 같아요?"하고 물었다.
FD라고해서 승용차 못탈 리가 있나. 넉넉한 집안의 아들이라면 승용차 정도야 가질 수 있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망설였다.
"SM5 삼성차였어요. 스타들이 몰고 다니는 고급 승용차를 갖고 있었죠. 몰카에 잡힌 그 녀석의 행동이 의심나 경비원들이 붙잡아 놓고 차를 뒤졌더니 없어졌던 탤런트들의 시계와 노트북이 거기 있더래요."
그 FD는 좀도둑이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도벽이 심한 편이었다. 소형 디지털 카메라와 탤런트들의 고급 소지품， 노트북 등 수십 종을 훔친 혐의로 그 FD는 경찰에 구속되고 말았는데 방송 3사에선 아직도 좀도둑이 소탕되지 않아 경비들이 바짝 긴장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