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포틀랜드 에미넴-비즈킷 합동공연, '광란의 4시간'
기사입력 2000-11-21 11:10
림프 비즈킷의 무대는 열광적이었다. 그러나 온갖 소송에 휘말린채 공연길에 나선 미국 최고의 래퍼 에미넴의 무대는 백밴드를 대동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다소 시들했다.지난 15일 미국 포틀랜드시 로즈 가든에서 열린 에미넴과 림프 비즈킷의 합동공연에는 미국의 젊은이들 1만1000여명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연출했다.
공연은 오후 7시30분 데뷔 앨범 '인페스트(Infest)'를 히트시키며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오프닝 밴드 파파 로치(Papa Roach)의 무대로 시작됐다.
힙합과 강렬한 사운드의 펑크록을 연주하는 이들의 무대는 시종일관 활기에 넘쳤고， 흑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 백인 청소년들로만 구성된 관객들은 이들의 히트곡 '래스트 리조트(Last Resort)'와 '브로큰 홈'에 광란에 가까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리드 싱어 코비 딕은 대여섯번에 걸쳐 관객에게 몸을 던지는 열정적인 무대매너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신랄한 독설과 욕설로 구성된 가사 때문에 자신의 전처와 모친으로부터 피소된 에미넴(본명 마샬 매더스 3세)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백인 래퍼. 2집 '마샬 매더스 LP'로 미국에서만 70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슈퍼스타로 꼽힌다.
그의 무대는 세팅부터 남다르게 삐딱했다. 지붕이 폭파된 실물 크기의 집에서 쉴새없이 욕설과 독설을 퍼부어댔다. 모친이 고소하게 만든 문제의 곡 '킬 유(Kill You)'를 노래할 때는 한 래퍼가 어머니 분장을 하고 나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다리를 벌리고 눕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브가 아닌 녹음 테이프를 반주음악으로 사용해 다소 맥이 빠진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중들은 그의 신랄한 독설에 헤드 뱅잉을 하며 열광했다.
에미넴의 무대에는 그가 직접 조직해 키우고 있는 그룹 D 12(Dirty Dozen의 약)의 멤버들이 수시로 등장해 단조로울 수 밖에 없는 랩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거대한 로봇을 무대로 꾸민 림프 비즈킷의 무대. 강렬한 비트의 메탈과 랩 그리고 펑크(Funk)를 합친 음악을 연주하는 그룹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퍽업(Fuck up) 등 거친 욕설과 신랄하고 공격적인 가사로 표현해 21세기의 '앵그리 영맨'을 자임하는 이들이 '마이 제네레이션'， '누키' 등을 연주할 때는 관객들이 모두 합창을 했다. 관객들은 쉴새없이 "퍽업!"을 외치며 헤드 뱅잉을 하고 '우리는 악마를 사랑한다'는 표시(검지와 새끼손가락을 올리고 나머지 손가락은 접고 손을 올리는 동작)를 하며 양팔을 휘둘렀다.
오후 7시30분에 시작된 공연이 네시간 뒤인 11시30분에야 끝나는 마라톤 콘서트에 청소년 관객들이 젊음을 마음껏 분출한 인상적인 파티였다. <포틀랜드=석광인 기자 ki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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