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과 SBS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병헌이 내년 3월 방송예정인 SBS TV 미니시리즈 '파라다이스'(연출 이장수)에 출연할 움직임을 보이자 SBS가 출연계약 위반이라며 소송불사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 문제는 '파라다이스'가 SBS로 방송되더라도 김종학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외주작품이기 때문에 전속계약서상 '갑'인 SBS TV 제작본부의 입장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 이병헌은 작년 8월 회당 200만원씩 50회 출연키로 하고 1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계약상 남겨놓은 게 104회에 1억5000여만원. SBS 드라마국 이종수 총괄 CP는 "그동안 '줄리엣의 남자' 등 캐스팅 제의를 갖가지 이유를 들어 거부하더니 외주제작프로에 출연하겠다는 저의는 뭐냐"며 "지난번 '백야 3.98' 등 2차례에 걸쳐 외주출연을 양해해줬는데 이젠 더 이상 양보할 수 없으며 강경 대응할 방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 이 CP는 이병헌이 올초에 '지정하는 드라마에 출연하겠다'는 각서를 쓴 대로 내년 5，6월 미니시리즈에 출연해야 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이병헌 측은 영화 촬영 등으로 여유가 없었던데다 같은 방송에서 나가는 마당에 굳이 외주인 점을 들어 문제삼는다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되는 게 아니냐며 이해를 구하는 입장이다. 물론 이병헌이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서라도 '파라다이스'는 포기하고 5，6월 미니시리즈에 출연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배역이 어울릴지， 기분좋게 촬영에 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94년과 96년 두차례에 걸친 계약으로 이병헌이 출연해야 할 게 54회나 남은 상황에서 '일단 잡고 보자'는 식으로 50회의 추가계약을 한 SBS나 '일단 받고 보자'는 마음에 '족쇄'를 자처한 이병헌. 이들은 어떤 해답을 제시할까. 〈hy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