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애드벌룬] 선배연기자의 후배 구타 사건
기사입력 2000-11-15 12:00
최근 모 방송사 사극 촬영장에서 선배 탤런트가 후배를 구타한 사건이 벌어졌다.
"후배를 길들이기 위한 사랑의 매였다."
"밥그릇을 빼앗기는 후배들의 반발이었다."
"선후배의 기강이 땅에 떨어져 일어난 사건이다."
이처럼 의견이 설왕설래한데다 요즘 드라마 촬영장에서 사소한 일로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불화도 잦아 방송사 간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주 후배 A가 촬영장에서 선배한테 열나게 얻어 터졌어요. '너 이리와봐'하고 오픈 세트장 뒤로 데리고 가더니 마치 권투선수 처럼 주먹을 휘날려 후배가 꼼짝 못하고 당한 일이 벌어졌죠."
탤런트 B가 조금 흥분되어 목청을 높이고 자신의 후배가 구타당한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A를 구타한 선배 C는 A가 소속된 방송사 탤런트실의 연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구타사건이 빚어지고 더욱 오해를 받게 되었다.
"그전 같았으면 (탤런트)협회에 건의해 망신을 줄 수도 있었던 일"이라고 강조한 B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C가 후배를 몇대 때려준 건 평소 녹화장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하는 걸 못봐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 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B는 물론이고 그의 동료들이 "고분고분한 우리의 행동을 몰라주고 건방진 거로만 보니 억울한 점도 많다"며 하소연 했다.
그런데다 타방송사의 선배들이 몰려와 극중 중요한 배역을 따내는 바람에 기수출신 탤런트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여주는 건 사실이다.
"3개 방송사는 해마다 전속 탤런트들을 뽑죠. 기수 출신들은 회비도 내가면서 탤런트실을 지키려는데 타 방송국에서 온 선배들은 우리의 기득권을 인정하려들지 않는 거예요."
탤런트 K는 드라마의 고정 배역 맡는 게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려는 것 만큼 힘들어진 마당이라 촬영장에서 "나도 모르게 '우리 식구' '남의 식구'를 가리게 돼요. 그러다 보니 타방송사 선배들한테 말투가 거칠어지고 행동이 삐딱해진다"며 실토하고 그건 일종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밥그릇 싸움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런데다 영화와 CF모델， 연극 등 출신의 신인들이 드라마에 많이 나와 탤런트들의 선후배 연결고리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중견 탤런트 S는 "WTO 시장개방으로 우리 농민들이 타격을 받는 것 처럼 나이든 연기자들은 대형 기획사들이 신인들을 드라마에 투입하는 바람에 안방을 내준 격이 되었다"며 개탄했다.
몇 개월 전에 촬영장에서 한 스태프가 연기자를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 스태프가 영화쪽에서 일하다 온 외주제작 팀인 걸 알고 연기자들이 항의， 그만두게 만들었는데 방송가에선 이처럼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이 불화가 가끔 일어난다고 한다.
그전에는 촬영， 조명 등 스태프가 방송국 직원들이라 "한 가족이라는 개념이었지만 요즘은 이합집산이라 촬영장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일쑤"라고 말한 한 PD는 자신도 가끔 스태프들의 눈치를 살피며 일한다고 실토했다. 〈신일하＝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