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성의 스타 따라잡기] '외강내유' 신현준
기사입력 2000-11-13 11:30
요즘 연기자 지망생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한번 주연은 영원한 주연이요， 한번 단역은 영원한 단역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인 것처럼. 과연 정말 그럴까?
'장군의 아들'에서 신현준과 김승우는 조연에 불과한 단역(?)이었다. 기라성 같은 액션배우들과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통해 캐스팅 된 배우들 사이에서 신현준은 그저 풋내기 연기자였을 따름이다.
그러나 김승우와 함께 캐스팅된 그는 영화에 대한 열정과 철저한 작품 분석으로 역할을 잘 살려내며 점차 강한 캐릭터로 극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신현준은 첫 배역인 일본야쿠자 오야붕 '하야시' 역할을 잘 소화해내면서 연달아 장군의 아들 2편과 3편에 출연해 가볍게 신인을 벗어 던진 유망주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당시 주연이었던 박상민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톱스타가 되었다.
"요즘 연기자들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해."
극장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푸념이다. 비슷한 외모에 흡사 앵무새를 연상케 하는 어설픈 연기력의 연기자들이 넘쳐나는 이때에 영화배우 신현준은 확실한 자기 색깔을 지닌 연기자다.
날카로운 이목구비 때문에 '매'를 닮았다고 평가되는 그가 지금까지 주로 맡아 왔던 역할도 악당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넘쳤다.
신현준은 외모와는 판이하게 부드러운 남자다. 취미 또한 피아노 연주여서 한번 들어본 사람이라면 입을 다물지 못할 만큼 근사한 한 폭의 그림 같다고 한다. 또 주량도 겨우 맥주 한 병이라고 한다.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과는 또 다른 모습이지만 배역을 분석하고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이렇게 감성적인 성격이 더 없이 장점이 되곤 하는 것이다.
올해로 데뷔 10년째를 맞이한 신현준은 최근 영화 '싸이렌'에 출연하며 본래 자신의 모습에 조금 더 근접해하고 있다. 불을 소재로 한 영화다보니 수없이 찰과상을 입고 데고 찢기는 수난을 겪었지만 근성있게 역할을 소화해냈다는 것이 관객들의 하나같은 평이다.
영화 '비천무'에서도 신현준은 수중 촬영과 고공촬영까지 혼신을 불사르며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체육교육과를 졸업했지만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그였기에 땅 설고 물 설은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심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촬영 내내 스태프와 동료 연기자를 챙기는 큰 마음 씀을 보여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비천무'가 개봉하고 드라마가 수출되면서 현지에서 신현준의 인기는 대단하다고 한다.
이제 국제 스타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신현준이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편안함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주는 괜찮은 연기자 신현준. 그의 듬직한 연기에서 한국 영화계의 빛나는 가능성을 점쳐 보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