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마지막회에야 드러난다. MBC TV의 인기 수목드라마 '비밀'(극본 정유경 연출 김사현)은 9일 최종회인 18회에서 명애(이휘향)가 친딸인 희정(김하늘)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드라마 내내 명애의 친딸이라고 주장하며 희정을 밀어내려 하던 지은(하지원)은 사실을 밝히고 희정을 설득해 백혈병인 명애에게 골수를 기증하게 하지만， 수술의 보람도 없이 명애는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내용. 지은은 예전처럼 함께 살자는 희정을 뿌리치고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고， 준호(류시원)는 희정을 포기하고 유학을 떠나며 명애의 회사는 그대로 영민(김민종)이 관리하게 된다는 결말은 어느 정도 이 드라마가 '그렇게 많고도 많은' 청춘 드라마의 궤적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은이 노린 것이 결국 명애의 재산이라기 보다는 겪어보지 못한 '엄마'였다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든가， 명애의 재산이 희정에게 돌아가지 않고 혈육이 아닌 영민에 의해 관리된다는 것 등이 신선한 시도. 끝까지 관심을 끌었던 희정과 영민의 관계도 본격적인 해피엔딩이라기 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앞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식의 '열린 결말'로 장식된다. 정유경 작가는 "지은이 마지막 순간 엄마의 유산을 포기하고 엄마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가족'에 대한 생각을 표현해보려 했다"고 밝혔다. '비밀'은 MBC TV 드라마의 총체적 난국속에서 SBS TV '줄리엣의 남자'와 치열한 경쟁 끝에 30%대의 시청률을 유지， '효자 드라마'의 영광을 누렸다. 초반의 열세를 딛고 후반들어 줄곧 근소한 우세를 지킬수 있었던 것은 '진부한 설정'이라는 주변의 평가 속에서도 꾸준히 사소한 부분까지 새로운 시도를 아끼지 않은 작가의 역량 덕분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송원섭 기자 fivecar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