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초월한 사랑' 시월애 비디오출시
기사입력 2000-11-05 12:00
가을 낙엽 냄새가 코끝을 간지르는 요즘， 뒤를 돌아보는 건 독약이다.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는 순간 엄습해오는 허무함이 뒷덜미를 잡을 수 있을 테니. 이럴 때는 슬픈 사랑의 향기에 마냥 빠져 눈물을 흘려보는 것도 좋을 듯. 마음 한구석에 쌓여있는 먼지를 씻어내는 '명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개봉돼 서울에서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시월애'(엠브이넷)가 지난달 27일 출시됐다. 같은 시기 개봉된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 돌풍에 묻혀 그 빛이 바래긴 했지만， 개봉 당시 N세대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시월애'는 제목 그대로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영화. 1998년의 남자(이정재)와 2000년의 여자 (전지현)가 신비한 우체통을 통해 편지를 나누게 되고，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대안의 블루'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 등에서 감각적인 영상을 선사한 이현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오는 아름다운 영상을 만날 수 있다.
강화도 근처의 석모도에 지어진 오픈세트 '일마레'(극중 주인공들이 2년의 간격을 두고 사는 집)는 그림엽서처럼 아름답고， 주인공들이 편지를 주고 받는 과정은 한편의 CF를 보는 듯하다. 귀마개， 장갑 등 소픔 하나 하나까지 신경을 쓴 화면엔 공이 가득 들어있다.
그러나 영상미에 묻혀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점이 흠. '감정을 고조시키기 보다는 예쁜 그림 만들기에 치중했다'는 평도 있었지만， 슬픈 사랑의 향기를 전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특히 2년 '앞'에 살고 있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고독을 연기해낸 이정재의 연기는 인상적. 부상을 무릅쓰고 강행한 자동차 사고 신에서 그가 보여준 애절한 연기는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린다.
〈전상희 기자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