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1550>
기사입력 2000-11-02 12:05
스치듯 지나간 적이 있는 가을 파리. 낙엽이 양탄자를 펼쳐 놓은 듯 했던 걸로 기억된다.
듣자니까 파리시의 가로수는 무려 120여종이나 된단다. 거리에 맞는 수종을 따로 심었고， 나중에 낙엽이 져서 길에 떨어졌을 때의 빛깔+모양까지 고려했다니….
아! 그래서 그들을 최고의 예술인이라고 했구나! 거기다가 120여명의 다른 전문 관리자들이 일일이 나무를 보살핀다니， 지상에서 낙엽을 최고로 대우해 주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파리다.
늦가을의 상징은 낙엽이다. 우리나라의 낙엽도 그 빛깔이 참으로 곱다.
그런데 시인 김광균님은 '추일서정'에서 이렇게 읊으셨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어디서 낙엽 떨어지듯 돈이 우수수 떨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우리네 서민들 심정을 대변한 시(詩)가 아닐까?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싯귀에 무식한 해석 말라구?
또한 낙엽을 보는 속물들은 대체로 이런 생각들만 한다.
속1 : "낙엽은 떨어진 나뭇잎… 그 이상의 의미는 뭘까?"
속2 :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벗기는 소리가…."
속1 : "이런 속물! 낙엽 밟는 소리지， 어떻게 벗기는 소리냐?"
속2 : "무식한 놈! 인류 최초의 팬티와 브래지어는 결국 나뭇잎 아니었니?"
속1 : "맞다! 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내가 아는 기가 막힌 술집이 있는데， 어서 가자! 거긴 나뭇잎만으로 된 속옷을 입은 쇼걸들이 춤을 추는데， 지금이 바로 낙엽이 질 때가 아니니?!"
☞ 하나님， 나 에로가 죽어서 혹 잎을 떨어뜨리는 나무가 될 때， 꼭 파리에서 태어나게 해 주세요!
〈작가/유머코디네이터 www.erobiannigh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