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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봄 농구를 했다."
분명 KB스타즈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27승 3패로 무려 9할의 기록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1위를 달성했는데, 올 시즌 12승 18패로 겨우 4할에 턱걸이를 한 것을 비교하면 분명 퇴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팀 전력의 사실상 절반 이상을 차지한 센터 박지수의 해외 진출이라는 갑작스런 변수를 감안하면 KB의 성과를 결코 과소 평가할 수 없다.
KB스타즈는 박지수가 풀타임 리거로 활약하기 시작한 2017~201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7번의 정규리그에서 1위와 2위를 각각 3시즌씩 기록했고, 이 가운데 2번의 통합우승을 달성하는 등 우리은행과 말 그대로 '양대 산맥'을 형성했다. 하지만 박지수가 공황 장애와 손가락 부상이 겹치면서 불과 9경기 출전에 그쳤던 2022~2023시즌에는 10승 20패로 5위에 머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박지수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킨 대목이자, 박지수가 없으면 2강은 커녕 PO에도 나오기 힘든 팀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센터 김소담과 팀의 구심점 염윤아, FA로 영입한 유일한 전력 보강 선수인 나윤정까지 차례로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이 되며 최하위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서 강이슬 허예은 등 2명의 코어 멤버에 아시아쿼터인 나가타 모에, 1년차 신예에 불과한 송윤하, 5~6년차에 접어들지만 시즌당 평균 10분 내외로 뛰며 코트보다는 벤치가 더 익숙한 이윤미 이채은 양지수 등 식스맨 3인방을 활용하는 용병술을 발휘, 신한은행을 단 1점의 상대전적 득실차로 꺾으며 극적으로 4위를 차지했다.
이어 1위 우리은행과의 PO에서 거의 매 경기 극적인 위닝샷이 오가는 짜릿한 승부를 펼치며 5차전까지 밀어 붙인 것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투혼',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5차전 경기 후 적장인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조차 "우리보다 더 교체 멤버가 열악했던 KB가 이렇게 끝까지 뛰면서 좋은 승부를 펼쳐줘서 정말 고맙고 감동스러울 정도다. 김완수 KB 감독에게도 존경을 표한다"며 형식적인 립 서비스가 아닌 '찐' 소감을 밝힐 정도였다.
올 시즌을 통해 확실한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완수 감독도 "누가 KB 선수들을 탓할 수 있겠는가라고 본다. 정말 많이 성장했고, 내년 시즌에는 부상 선수들이 죄다 돌아올테니 더욱 강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면 언젠가 국내로 복귀할 박지수도 부담없이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성장을 함께 한 행복한 시즌이자 PO였다"고 후련한 표정으로 웃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올 시즌을 통해 부쩍 성장한 벤치 멤버들에 더해 기존의 주전들, 여기에 박지수까지 더해진다면 KB는 '박지수 원맨팀'이라는 딱지를 확실히 떼고 또 다른 버전의 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B의 거침없었던 '봄 농구'가 더욱 의미가 컸던 이유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