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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생 김단비(35·아산 우리은행)는 등장부터 화려했다. 2008년 여자농구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프로에 입문했다. 그는 '레알 신한'으로 불리던 안산 신한은행(현 인천 신한은행)의 막내 에이스로 반짝였다. 퓨처스리그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기르며 팀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김단비는 신한은행 소속으로 2007~2008시즌부터 5연속 정상에 올랐다.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의 은퇴와 함께 신한은행도 왕좌에서 내려왔다. 신한은행이 내리막을 걷는 시기에도 김단비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언제나,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냈다. 그의 이름 앞엔 어느 순간 '베테랑'이란 단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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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다섯, 다시 최고의 자리에 선 김단비는 "2008년엔 정말 막연했다. 만약 그때의 나에게 전할 수 있다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MVP를 한 번만 받으면 그걸로 정말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또 MVP를 받게 됐다. '아, 내 농구 인생을 정말 빛나게 해주는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MVP의 무게감에 대해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것 같다. 멤버 좋을 때 우승을 했다. 전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주장으로서 이 팀을 이끌어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두자고 했다. 그 목표는 이뤘다"며 "사실 목표가 없다. 그런데 목표가 없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더 이상 MVP의 압박감을 갖고 싶지 않다.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다. 내가 최고라기 보다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지도상은 우리은행을 정상으로 이끈 위성우 감독에게 돌아갔다. 위 감독은 2012~2013시즌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뒤 10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베스트5에는 김단비를 비롯해 허예은(KB스타즈) 키아나 스미스(삼성생명·이상 가드) 김소니아(BNK·포워드) 배혜윤(삼성생명·센터)이 선정됐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