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표 만장일치 '여자농구 퀸' 성장하는 1990년생 MVP 김단비, 노력까지하는 '위대한 천재'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5-02-24 19:27


116표 만장일치 '여자농구 퀸' 성장하는 1990년생 MVP 김단비, …
24일 오후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정규리그 MVP와 8관왕 수상한 우리은행 김단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2.24/

116표 만장일치 '여자농구 퀸' 성장하는 1990년생 MVP 김단비, …
24일 오후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정규리그 MVP 수상한 우리은행 김단비. 용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2.24/

1990년생 김단비(35·아산 우리은행)는 등장부터 화려했다. 2008년 여자농구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프로에 입문했다. 그는 '레알 신한'으로 불리던 안산 신한은행(현 인천 신한은행)의 막내 에이스로 반짝였다. 퓨처스리그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기르며 팀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김단비는 신한은행 소속으로 2007~2008시즌부터 5연속 정상에 올랐다.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의 은퇴와 함께 신한은행도 왕좌에서 내려왔다. 신한은행이 내리막을 걷는 시기에도 김단비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언제나,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제 몫을 해냈다. 그의 이름 앞엔 어느 순간 '베테랑'이란 단어가 붙었다.

서른둘, 김단비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유계약(FA)으로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단비가 늦은 나이에 새 팀에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조심스럽지만 당연한 우려가 있었다. 기우였다. 김단비는 2022~2023시즌 우리은행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생애 첫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김단비의 성장은 멈출 줄 몰랐다. 그는 "결국은 훈련이 답"이라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김단비는 올 시즌, 그가 왜 한국 여자프로농구의 최고인지를 다시 보여줬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축 선수 일부가 FA 혹은 해외 진출로 이탈했다. 빈 자리가 매우 컸다. 일각에선 우리은행이 플레이오프(PO)에도 나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예측은 크게 빗나갔다. 우리은행엔 김단비가 있었다. 그는 정규리그 29경기에서 평균 21.10득점-10.90리바운드-1.5블록슛을 기록했다. 플레잉타임은 평균 35분55초에 달했다. 김단비는 매서운 활약을 펼치며 우리은행을 정규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116표 만장일치 '여자농구 퀸' 성장하는 1990년생 MVP 김단비, …
24일 오후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정규리그 MVP와 8관왕 수상한 우리은행 김단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2.24/
김단비가 여자농구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24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최고의 별로 인정받았다. 기자단 투표 116표 '만장일치'로 MVP를 거머쥐었다. 단일리그 시행(2007~2008시즌) 이후 6번째 만장일치 MVP다. 투표수로만 따지면 김단비는 역대 최다 득표다. 이 밖에도 베스트5, 득점상, 리바운드상, 블록상, 스틸상, 최고 공헌도상, 우수수비선수상을 석권했다. 2023~2024시즌 박지수(당시 청주 KB스타즈)에 이어 WKBL 역사상 두 번째 8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서른 다섯, 다시 최고의 자리에 선 김단비는 "2008년엔 정말 막연했다. 만약 그때의 나에게 전할 수 있다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MVP를 한 번만 받으면 그걸로 정말 만족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또 MVP를 받게 됐다. '아, 내 농구 인생을 정말 빛나게 해주는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단비는 그냥 농구 천재가 아니었다. 노력까지 하는 천재였다. 그는 "사람들은 늘 나에게 '타고난 것'이라고 말한다. 억울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노력 덕이라고 생각한다"며 "몸 관리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얼마나 몸 관리를 미리 잘 하느냐에 따라 (후배들과) 훈련을 계속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MVP의 무게감에 대해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 것 같다. 멤버 좋을 때 우승을 했다. 전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주장으로서 이 팀을 이끌어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두자고 했다. 그 목표는 이뤘다"며 "사실 목표가 없다. 그런데 목표가 없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더 이상 MVP의 압박감을 갖고 싶지 않다. 생각이 조금 바뀐 것 같다. 내가 최고라기 보다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목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지도상은 우리은행을 정상으로 이끈 위성우 감독에게 돌아갔다. 위 감독은 2012~2013시즌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뒤 10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베스트5에는 김단비를 비롯해 허예은(KB스타즈) 키아나 스미스(삼성생명·이상 가드) 김소니아(BNK·포워드) 배혜윤(삼성생명·센터)이 선정됐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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