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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이 정말 '말도 안되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신한은행전에서 29득점-13리바운드로 자신의 통산 100번째 더블더블 기록을 세운 김단비마저 경기 후 "솔직히 말하자면 말도 안되는 시즌이다"라고 말한 이유에는 많은 애환이 담겨 있다.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부임한 지난 2012~2013시즌 이후 지난해까지 12번의 시즌 가운데 무려 9차례의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던 '막강' 우리은행이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을 1위는 커녕 상위권 후보로 거론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은행의 전성시대를 함께 이끌었던 김정은이 이미 2년 전 자유계약선수(FA)로 친정 하나은행으로 돌아간데 이어, 박혜진과 최이샘 나윤정이 모두 FA 이적을 선택했고 박지현마저 해외 리그로 진출하면서 사실상 주전 라인업 가운데 김단비 홀로 남았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한엄지 김예진 등을 보상선수로 데려왔고 심성영 박혜미 등을 FA 영입했지만 대부분 식스맨 출신이나 이미 전성기를 지난 선수였으니, 우리은행을 중하위권팀으로 분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평가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우리은행은 시즌 초반부터 BNK를 꾸준하게 뒤쫓는 2위 자리를 유지했고, 급기야 BNK를 제치고 1위까지 오른 상황이다. '김단비와 아이들'이라는 냉혹한 시선에도, 김단비가 경기당 21.79득점과 11.04리바운드, 1.42블록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당연히 공헌도 1위를 질주할 만큼 사실상 혼자서 공수를 책임지며 '꾸역꾸역' 승리를 챙긴 덕분이다. 김단비가 유일하게 빠진 1경기에서 1쿼터 무득점이라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최초의 불명예 기록을 쓸 만큼 의존도가 절대적인 것도 냉정한 현실이다.
우리은행으로선 1위 지키기와 더불어 이틀 간격으로 촘촘하게 펼쳐지는 플레이오프에서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체력 안배를 하며 더 높은 챔프전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라도 다른 선수들의 활약은 '상수'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6라운드 남은 5경기가 이를 준비할 마지막 준비 기간이다. 일단 우리은행은 6일 BNK와의 최종 정규리그 맞대결이자 '미리보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게 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