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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수비다."
선두 BNK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오르고 있는 삼성생명이 시즌 4번째 대결을 펼치는 16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
경기에 앞서 박정은 BNK 감독이나 하상윤 삼성생명 감독이나 모두 한 목소리로 '수비'가 승리의 비결이 될 것이라 힘줘 말했다.
우선 BNK 입장에선 박혜진 이소희 두 주전 선수가 부상으로 아예 이날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데다, 전반기에 열린 두번째 맞대결과 세번째 맞대결에서 각각 25점차와 17점차로 크게 패했으니 수비에 중점을 두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황이었다. 특히 삼성생명 공수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센터 배혜윤의 득점은 물론이고, 피딩을 통해 파생되는 이해란과 키아나 스미스의 득점력이 최근 절정이라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박정은 감독은 "주전들이 빠진 가운데, 젊은 식스맨들이 번갈아 들어가며 배혜윤을 비롯한 주 득점원들을 효과적으로 막아줘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도 가드 조수아가 전날 연습을 하다 가벼운 부상을 당하며 스타팅 라인업에서 일단 제외된데다, 키아나가 감기로 살짝 컨디션이 저하되면서 완전한 베스트는 아니었다. 비록 BNK에서 주전 2명이 빠졌다고 하더라도, 대신 변소정 박성진 등 배혜윤을 타깃팅 한 빅맨들이 나서기에 분명 앞선 맞대결과는 또 다른 변수이기도 했다. 하상윤 감독 역시 "아무래도 BNK의 높이가 올라갔기에, 배혜윤에서 파생되는 공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결국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1쿼터는 17-11로 삼성생명의 우세. BNK나 삼성생명 모두 2점슛 성공률이 극도로 낮았지만, 전날 열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졸전과 같은 저득점은 아니었다. 그만큼 하프코트 이전부터 타이트하고 적극적인 수비로 인해 두 팀 모두 좋은 슛 찬스를 잡지 못한 탓이다.
배혜윤을 번갈아 막으면서 골밑을 지키던 변소정과 박성진의 파울이 누적되자, 박정은 감독은 2쿼터 중반 안혜지 김민아 심수현 등 3명의 가드진을 가동하는 변칙 작전을 가동했다. 김소니아가 배혜윤을 매치업 하면서, 배혜윤이 볼을 잡았을 때 3명의 가드진 중 1명이 순간적으로 달라붙은 더블팀 수비였다. 또 삼성생명 조수아의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못해 백업 가드 히로노 미츠키가 번갈아 나섰는데, 앞선부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이에 당황한 삼성생명의 볼 흐름이 좋지 못하고, 2개의 턴오버를 연속 저지른 틈을 타서 가드진이 번갈아 공격에 가세하면서 BNK는 27-30으로 추격한 채 전반을 마쳤다.
이어 3쿼터 시작한 후 이날 본인의 첫 스타팅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준 심수현이 슛블록까지 하면서 4득점을 보탰고 안혜지의 속공까지 이어지면서 BNK는 34-30으로 역전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심수현이 공격을 하다 쥐가 나면서 결국 벤치로 물러난 것. 박정은 감독의 우려대로 너무 의욕이 넘친 것이다.
활력을 주던 심수현이 빠지자 BNK 수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 틈을 노려 전반에 상대의 거친 수비에 좀처럼 활약하지 못했던 배혜윤이 포스트업을 하거나 이해란과의 2대2 플레이를 하면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나갔고, 강유림의 3점포 2개까지 터지면서 삼성생명은 3쿼터를 49-41로 다시 앞선 채 마쳤다.
이전까지 침묵하던 BNK의 이이지마 사키가 4쿼터 초반 3점포를 드디어 3점포를 가동하면서 득점 행렬에 가세했지만, 삼성생명은 이해란과 배혜윤 강유림의 득점이 다시 가동되면서 점수차는 12점까지 벌어지게 됐다. 특히 매치업 상대들의 많은 반칙으로 인해 활동폭이 넓어진 배혜윤이 살아나자, 이해란까지 덩달아 살아나면서 그대로 승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전까지 좀처럼 슛감을 못 찾으며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이던 BNK의 주포 김소니아가 잠시 벤치로 물러나서 마음을 다 잡은 후 무서운 페이스를 시작하며 두 팀의 경기는 다시 전운이 감돌았다.
김소니아가 자유투 6득점을 포함해 3점포에 골밑슛까지 더해지면서 무려 11득점을 몰아쳤고, 사키의 자유투 2득점까지 보태지면서 BNK는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기고 61-62까지 무섭게 쫓아 들어갔다. 이에 당황한 삼성생명의 턴오버가 나왔고, 18초를 남기고 마지막 공격 기회를 얻은 BNK는 3.8초를 남기고 김소니아가 회심의 골밑슛을 터뜨리며 63대62의 믿기 힘든 재역전을 만들어 냈다. 삼성생명은 조수아가 배혜윤에 던진 패스가 빗나가면서, 마지막 슛도 날리지 못하고 역전패를 당했다.
결국 두 팀 감독의 예상대로 수비로 시작해, 수비로 끝난 경기가 됐다. 3일 후인 19일 다시 만나는 두 팀의 대결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