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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원주 DB가 안양 정관장을 대파했다.
갑작스러운 유현준의 은퇴. 하지만, 경기 전 DB 김주성 감독은 담담했다. 그는 "정관장의 기세가 좋다. 강상재가 김종규의 부상으로 4번 역할을 소화하는데, 약간 부진하다. 스몰포워드로 뛸 때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인다. 서민수를 4번으로 기용하면서 강상재의 컨디션을 끌어올려볼 생각"이라고 했다.
정관장은 김상식 감독이 갑작스러운 허리 디스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다. 최승태 수석코치는 "퇴원하셨지만, 원정에는 동행하지 못하셨다. 아무래도 감독님이 있어야 당연히 팀은 더욱 더 견고해진다"며 "변준형이 들어와서 박지훈과 라렌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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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가 상쾌한 출발. 알바노와 박인웅의 3점포로 6-0 리드.
정관장은 변준형이 합류한 뒤 흐름이 상당히 좋다. 정관장은 이내 흐름을 회복, 한승희의 골밑슛, 그리고 속공 득점으로 추격.
정관장은 빅 라인업으로 출발했다. 라렌과 이종현 그리고 한승희를 넣었다. DB 오누아쿠와 강상재의 높이를 의식한 포메이션.
1쿼터 중반, 박지훈을 투입하면서 투 가드 시스템으로 변환. 하지만, DB는 알바노와 오누아쿠의 픽 & 팝. 오누아쿠의 절묘한 골밑 패스에 의한 강상재의 골밑슛이 림을 통과,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정관장의 타임 아웃.
DB가 경기를 주도했다. 오누아쿠는 라렌과의 페이스 업 대결에서 자신감을 보였다. 경기종료 4초를 남기고 절묘한 2대2 공격까지 성공. 2대2 이후 픽&롤. 김시래가 띄워준 볼을 그대로 앨리웁 덩크로 만들었다.
22-11, 11점 차 DB의 리드로 1쿼터 종료.
DB가 2쿼터 독주하기 시작했다.
정관장의 외곽포는 지독하게 말을 듣지 않았다. 오픈 찬스가 났지만, 1쿼터 9개 시도 모두 실패했다.
2쿼터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DB는 1쿼터 막판 교체투입된 김시래가 잇따라 골밑을 돌파한 뒤 미드 점퍼. 속공에 의한 연속 득점이 터졌다. 알바노의 3점포까지 작렬. 38-15, 23점 차까지 리드를 벌렸다. 파죽지세였다.
작전타임 이후에도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정관장은 극심한 야투 난조를 보였다.
변준형 가세 이후 좋은 흐름이었던 정관장은 트랜지션 속도, 활동력은 괜찮았지만, 슈팅 마무리가 최악이었다. 반면, DB 선수들의 슈팅 컨디션은 절정이었다. 결국 20점 차 이상의 DB 리드가 계속됐다.
답답한 흐름이 계속 되자 정관장은 고교 직행 신인드래프트 1순위 박정웅을 코트에 내보냈다. 박정웅은 1분35초를 남기고 골밑 돌파로 레이업슛을 성공, 자신의 프로 데뷔 득점을 만들어냈다.
라렌의 3점포가 연속으로 터졌다. 단, DB는 드라이브 앤 킥, 그리고 엑스트라 패스에 의한 오픈 3점슛을 만들어냈고, 그대로 림에 통과. 결국 56-26, 30점 차 리드를 잡으며 전반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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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DB가 무려 30점 차 리드를 잡았던 핵심 이유는 야투율이다. DB는 3점슛 성공률 41%, 2점슛 성공률 68%를 기록했다. 정관장의 수비가 헐거운 탓도 있었지만, DB 선수들의 슈팅 컨디션이 워낙 좋았다.
반면 정관장은 전반전 3점슛 성공률이 단 6%(17개 시도 1개 성공)에 그쳤다. 오픈 찬스가 많았고, 팀내 전문슈터들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슈팅은 림을 외면했다.
3쿼터 초반, 정관장의 마지막 반격 기회. 하지만, DB는 카터, 알바노의 연속 3점포로 더욱 달아났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지만, 사실상 승패가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정관장은 박정웅을 3쿼터 오랜 시간 기용하면서 가능성을 테스트했다. 큰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지만, 언뜻 언뜻 보이는 움직임은 날카로웠다. 수비의 적극성과 디플렉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공격에서 무리한 공격들이 있었지만, 돌파 능력도 나쁘지 않았다. 잠재력이 높은 선수였다. DB 역시 신인 김보배를 4쿼터 막판 기용하면서 가능성을 타진했다.
3쿼터 70-45, 25점 차로 DB가 리드로 종료. 승패는 일찌감치 결정됐다.
DB는 전력의 핵심 오누아쿠가 많은 시간을 뛰지 않았다. 3쿼터까지 15분52초를 소화했다. 골밑에서 집중력은 확실히 안정적이었다. 골밑 수비가 좋은 라렌을 상대로 잇단 골밑 돌파를 성공시켰다. 알바노 역시 정상 컨디션을 찾았다. 지난 시즌 움직임이 나왔다. 카터 역시 2옵션으로 경쟁력이 충분했다. 코어가 안정적으로 변하면서 DB의 공수 밸런스는 안정감을 되찾았다. 이관희를 비롯 김시래 박인웅 이용우의 역할도 좋았다.
정관장은 변준형이 가세한 이후 트랜지션을 강하게 가져가고 있다. 하지만, 이날 핵심인 3점슛이 전체적으로 난조를 보이면서 완패했다. 변준형이 들어오면서 시스템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었다. 단, 라렌과 이종현의 더블 포스트, 라렌과 정효근 변준형 중심으로 스몰 라인업이 조화를 이룬다면 정관장의 미래도 어둡지 않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