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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상대가 건드리면 더 승부욕이 올라가요."
그러나 우리은행은 예상을 비웃듯 28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치른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시즌 첫 경기에서 12점차 승리를 거뒀다. 상대는 FA 빅3(신지현 신이슬 최이샘)에 아시아쿼터 1순위 센터 타니무라 리카까지 영입하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인천 신한은행이었다. 심지어 적지에서 치른 시즌 첫판.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이 경기에서 76대64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치른 시즌 첫 경기를 이길 수 있던 건 바로 지난 챔피언결정전 MVP 김단비(34)의 맹활약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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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대팀인 신한은행 구나단 감독은 경기 플랜으로 '김단비 봉쇄작전'을 들고 나왔다. 사실 구 감독 뿐 아니라 우리은행을 상대하는 모든 팀 감독들이 들고 나오게 될 작전이다. 김진영이 초반부터 매우 터프하게 막았다. 파울과 정상 플레이의 미묘한 경계 선을 오가며 핸드 체크과 바디 체크가 되풀이됐다.
김단비는 2쿼터 2분 34초쯤 이례적으로 팔을 휘두르며 화를 냈다. 심성영의 3점 시도 후 골밑에서 공격 리바운드를 잡을 때 김진영이 팔로 거칠게 민 직후였다. 이에 대해 "상대가 터프하게 나올 때 선배가 그냥 맞고 있으면 후배들도 기세에서 밀릴 거 같아 더 화를 내고 흥분한 면이 있다. 더불어 나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내 몸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감정에 휘둘린 게 아니라 '화를 좀 내야 할 때'라는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다.
공교롭게 이런 모습 이후 김단비와 우리은행의 경기력은 한층 좋아졌고, 3쿼터 역전으로 이어졌다. 김단비는 "내 스타일이 가끔씩 흥분하고 감정표현을 하면서 승부욕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상대가 나를 건드릴 때 더 승부욕이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김단비는 어설프게 건드리면 오히려 맹렬하게 터지는 폭탄이다. 다른 5개 구단 감독들이 김단비를 막을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전제 조건이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