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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올 시즌 최대의 이변이 일어났다. 고양 소노가 선두 원주 DB를 눌렀다.
소노는 오누아쿠(20득점, 15리바운드), 한호빈(16득점, 10어시스트)를 비롯, 김민욱(14득점) 김강선(16득점) 박종하(13득점)가 모두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반면, DB는 디드릭 로슨(20득점, 10리바운드)과 강상재(21득점, 10리바운드)가 분전했지만, 이선 알바노가 경기 중 발목 부상을 당했고, 강상재가 5반칙 퇴장으로 승부처에서 벤치를 지켜야 했다.
올 시즌 소노를 이끌고 있는 메인 볼 핸들러 이정현은 어깨부상으로 이탈했다. 전성현은 허리 부상으로 출전을 강행했지만, 결국 김 감독은 "더 이상 전성현을 출전시키지 않는다. 허리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고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두 간판 스타가 없는 소노의 국내 선수층은 얇다. 에이스 외국인 선수 치나누 오쿠아쿠가 있지만, 매 경기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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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하자 마자, DB 에이스 로슨은 외곽에서 3점슛을 성공, 그리고 미드 점퍼를 실패했다.
이유가 있다. 소노는 이정현과 전성현이 없다. 핵심 메인 볼 핸들러와 간판 슈터가 나오지 못한다. 즉, 오누아쿠를 외곽으로 끌어내면 소노의 골밑은 확실히 허술해진다. 이 틈을 김종규와 강상재, 그리고 알바노의 골밑 공격과 돌파로 공략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위한 일종의 '빌드업'이었다.
단, 소노는 '스트레치 4' 김민욱이 있다. 오누아쿠가 골밑에 웅크리고 있다. DB는 더블팀을 당연히 준비 중이다. 이 틈을 김민욱이 연속 4연속 슛, 3점슛 3개를 포함해 연속 11득점을 올렸다. 슈팅 감각이 워낙 좋았다. 김종규가 컨테스트를 했지만, 그대로 림에 빨려 들어갔다. 13-9, 소노의 예상 밖 1쿼터 리드. 김민욱은 수비에서도 로슨의 슛을 블록, 더블 드리블을 이끌어냈다.
김강선의 3점포가 터졌다. 당황스러웠던 DB는 김종규와 이선 알바노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패스 턴오버.
DB는 좀처럼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신인 박종하의 스틸에 의한 속공 레이업 슛, 1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DB는 '기어'를 변환시켰다. 두경민 박인웅이 투입됐다. 하지만, 소노 아시아쿼터 카바노의 돌파가 이어졌다.
27-18, 소노의 9점 차 리드. 이때, 두경민이 중앙에서 3점포를 터뜨렸다. 소노는 오누아쿠의 자유투 2개가 모두 실패. 27-21, 6점 차 소노의 리드.
2쿼터 오누아쿠가 DB 더블팀을 뚫고, 골밑슛을 말 그대로 우겨넣었다. 확실히 강력했다. 반면, DB 두경민은 오픈 3점슛 찬스를 놓쳤다. 소노 신인 박종하가 스크린을 이용한 뒤 3점포를 터뜨렸다. DB의 패스 미스, 그리고 다시 김민욱이 3점포를 터뜨렸다. DB의 공격 실패, 김강선의 3점포가 터졌다. 고양의 2쿼터 초반은 폭풍같았다. 38-21, 17점 차 리드. DB의 작전타임.
하지만, 이번에도 두경민과 알바노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턴오버. DB 입장에서는 최악의 흐름이었다.
알바노의 3점포로 소노의 상승세를 일단 끊었다. 소노의 턴오버, 김종규의 미드 점퍼. 단, 소노는 오누아쿠의 더블팀을 이용한 완벽한 패싱 게임으로 김강선의 3점포 작렬. 두경민이 날카로운 골밑 돌파를 성공. 11점 차로 DB가 압박. 소노의 작전타임,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서머스가 투입됐다.
서머스는 투입되자 마자 2대2로 골밑 득점. 박종하가 속공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DB는 로슨의 3점포로 응수. 소노는 이 상황에서 양쪽 베이스라인에 트랩을 설치했다. 단, 로슨은 더블팀을 받고도 '고각' 미드 점퍼를 성공. 45-35, 10점 차까지 추격. 소노는 코너 최현민의 3점포가 두 차례 연속 불발. 로슨이 또 다시 미드 점퍼. 그리고 자유투 2득점.
DB는 오누아쿠가 볼을 잡으면, 곧바로 더블팀 트랩을 설치. 두 차례 걸렸다. DB의 속공으로 연결됐다. 알바노의 돌파가 불발, 하지만 강상재가 팁 인을 성공시켰다. 오누아쿠가 1, 2초 남은 상황에서 롱 패스. 두경민이 스틸을 하는 순간, 소노의 파울이 나왔다. 두경민의 자유투 2득점. 결국 47-46, 1점 차까지 추격. 전반 종료.
소노는 김민욱의 '미친' 슈팅 감각과 오누아쿠의 골밑 지배력, 그리고 절묘한 패싱 게임에 의한 3점포의 호조로 무려 17점 차 리드를 잡아냈다. 하지만, 선두를 질주하는 DB의 힘은 만만치 않았다. 오누아쿠에게 더블팀 트랩을 설치하고, 강력한 트랜지션 게임으로 쉽게 득점했다. 세트 오펜스에서는 로슨이 미드 점퍼에 집중하면서 결국 1점 차까지 간격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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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김종규가 슛 페이크 이후 오누아쿠를 제치고 골밑 덩크슛을 터드렸다. DB의 역전. 알바노의 코너 3점포가 터졌다. 4차례의 패스 게임 이후, 오픈 찬스가 났다.
단, 소노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한호빈의 정면 3점포가 림을 갈랐다. 이후, 한호빈, 김지후의 연속 3점포.
여기에는 DB 수비 시스템의 약간의 약점이 있다. 오누아쿠에게 더블팀을 준비하는 상황. 소노는 역이용했다. 외곽으로 빠르게 패스를 뿌렸고, 결국 DB의 외곽 수비는 허점이 생겼다. 이 부분을 공략했다. 물론, DB는 최선을 다해 컨테스트를 했지만, 소노 선수들의 3점슈팅 감각은 고감도였다.
전반 막판 DB의 기세와 객관적 전력 차이를 감안하면 후반, 역전 확률이 높았지만, 소노는 정말 잘 버텼다. 로슨이 자유투 2개를 모두 실패. 그러자 스크린을 타고 나온 한호빈이 또다시 정면 3점포를 작렬시켰다.
3쿼터 4분14초를 남기고, DB는 다시 로테이션. 두경민과 제프 위디가 투입. 김종규와 로슨이 벤치로 물러났다. 알바노 역시 가벼운 발목 부상으로 코트를 빠져나갔다.
6~8점 차 소노의 리드.
3쿼터 1분26초를 남기고 DB는 풀 코트 프레스를 사용했다. 하지만, 소노는 한호빈과 오누아쿠의 2대2 연속 공격으로 활로를 뚫었다. 로슨이 4반칙, 파울 트러블까지 걸렸다.
DB는 소노의 강력한 압박에 좀처럼 경기를 잘 풀지 못했다. 소노가 정말 잘 싸웠다. 단, 두경민이 막판 3점포를 터뜨렸다. 경기는 잘 풀리지 않았지만, DB는 여전히 68-74, 6점 차 추격. 선전에 선전을 거듭한 소노 입장에서는 너무나 불안한 리드였다.
4쿼터 초반 강상재가 돋보였다. 강상재와 김종규의 하이-로 게임. 이후, 강상재가 '코스트 투 코스트' 속공을 성공시켰다. 2점 차 추격. 단, 소노는 만만치 않았다. 서머스의 3점포, 그리고 교체한 오누아쿠가 더블팀이 들어오자, 절묘한 투 카운트 패스. 박종하가 코너 3점포를 터뜨렸다. 80-72, 다시 8점 차 리드. 좀처럼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DB의 작전타임.
오누아쿠의 위력이 나왔다. 김종규의 골밑슛을 블록슛. 그리고 파울을 얻어내며 골밑 공략까지 성공했다. 특유의 '강백호 자유투'로 3점 플레이 완성. 83-72, 11점 차 소노의 리드.
DB는 메인 볼 핸들러 한호빈에게 락 다운 디펜더 최승욱을 붙였다. 한호빈만 막으면 외곽 볼 흐름이 끊어질 것으로 판단, 좋은 전술이었다. 그런데, 외곽 공격력이 약한 김진유가 오픈 찬스에게 3점포를 터뜨렸다.
경기종료 4분35초를 남기고 강상재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승부처 DB의 악재. 90-80, 여전히 소노의 10점 차 리드.
DB는 알바노를 투입시켰다. 양팀 모두 사생결단이었다. DB는 압박을 더욱 강화했다. 로슨의 3점포가 터졌다. 소노의 공격은 DB의 압박에 효율이 떨어졌다. 알바노가 귀중한 3점포를 꽂아넣었다.
경기종료 1분37초가 남아있는 상황. 4점 뒤진 상황에서 소노는 그동안 쓰지 않던 김민욱과 오누아쿠의 사이드 하이-로를 성공시켰다. 결국 승부처에서 가장 위력적인 오쿠아쿠를 활용한 공격 패턴이었다. 92-86, 6점 차 리드.
58.8초를 남기고 알바노의 골밑 돌파에 의한 김종규의 덩크슛. 92-88, 4점 차 소노의 리드. 완벽한 승부처였다.
이때, 김강선이 DB의 압박을 뚫고 미드 점퍼. 결국 여기에서 경기는 끝났다.
이정현과 전성현이 없는 소노는 객관적 전력에서 10개 구단 중 최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소노 김승기 감독은 강력한 압박과 트랩, 그리고 두려움없는 3점포를 여전히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오누아쿠의 위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단순한 포스트 업이 아니라, 상대 더블팀을 활용한 3점포 농구를 계속 강행하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DB를 완벽하게 잡아냈다. DB는 이날 오누아쿠의 골밑 공격을 극도로 경계했다. 소노가 오누아쿠의 포스트업을 경기내내 주 공격 루트로 삼았다면, 결국 DB의 함정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소노는 외곽 3점포 찬스를 내는데 집중했고, 결국 DB에게 딜레마를 안겼다.
오누아쿠에게 더블팀을 가면, 3점포가 터지고, 외곽을 경계하면 오누아쿠에게 1대1 상황을 만들어주는 딜레마였다. DB 입장에서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결국 소노의 과감하면서도 디테일한 전술에 결국 말려들었다.
결국 소노는 오누아쿠와 한호빈 김민욱뿐만 아니라 신인 박종하가 맹활약했다. 베테랑 김강선과 김진유의 허슬도 여전했다. 무려 5명의 선수가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오누아쿠 그래비티를 활용한 시스템 때문이었다.
DB는 여전히 강했지만, 이날 유독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승부처 중요한 흐름에서 DB답지 않은 실책을 연발했고, 급한 모습도 보였다. 강력한 트랜지션과 압박으로 추격전을 진행하는 모습은 올 시즌 정규리그 최강다웠지만, 오누아쿠에 대한 제어가 실패하면서 골밑 수비에 약점을 노출했다. 단, DB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다. DB는 여전히 강했지만, 이날은 소노의 '덫'에 완전히 걸려 버렸다. 원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